[기자석] 10대위주 쇼프로 폐지 능사아니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08일 15시 27분
IMF이후 거품제거에 돌입한 공중파 방송 3사가 최근 10대위주의 쇼오락프로를 일제히 폐지했다.
MBC는 지난달 16일 `인기가요 베스트50' `특종 연예시티' 등을 없앤 대신 성인위주의 오락프로를 신설했으며 곧이어 KBS와 SBS도 인기순위프로와 오락프로를 대거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방송사는 그동안 시청률을 의식한 10대 위주의 졸속 쇼오락프로에 쏟아지던 비난은 피할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화살이 방송사에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층의 일부로서 엄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즐거움을 영유할 권리가 있는 청소년들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지적이 그것.
그동안 비난의 대상이 됐던 것은 극히 유치하거나 졸속으로 제작된 오락프로에 대한 것이지 그 시청자층이 10대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제 방송국은 청소년을 위해 재미있는 오락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밀어둔 채 단지 이를 외면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방송사 내부에서는 쇼오락프로의 전면적인 폐지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다.
개편때만 되면 쇼오락프로 관계자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 가서 아이템을 따오는 것이 습관처럼 돼 있는 것이 방송가의 현실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일본대중문화에 대해 점진적인 개방을 시사한 점을 일깨우면서 "만화나 음반 등의 매체를 통해 왜색문화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몇년 후에는 한국어 캡션이 달린 일본 쇼프로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힘들게 숙제를 하지 않으려는' 방송사들 때문에 IMF시대를 사는 우리의 청소년들은 더욱 우울하기만 하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