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35시] 감독이 연봉중재 꺼리는 이유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올 연봉협상에서 큰 고통을 겪는 팀 가운데 하나가 해태다.
해태는 지난 4일 재계약을 마친 이대진을 비롯해 홍현우 임창용 등 주축선수들이 대폭 인상을 주장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과 맞물려 울상이다.
그래서 김응용감독은 주위로부터 "선수들을 설득해 보라"는 주문을 받았었다.
김감독의 대답은 한결같다.
"나나 선수들이나 똑같이 구단으로부터 봉급을 받는다. 절대로 연봉협상에 관여할 수 없다."
프로 최장수 감독의 철칙이다.
LG는 지난 4일 최향남과의 재계약을 마지막으로 98연봉 협상을 마쳤다.
옵션 계약문제로 구단과 신경전을 벌이며 3천700만원 제시에 6천만원으로 맞선 최향남이 갑자기 마음을 돌리게 된데에는 천보성감독의 역할이 컸다.
최향남은 지난 4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천감독과 1시간에 걸친 면담 끝에 연봉협상의 전권을 위임한 것.
천감독은 이날 오후 구단에 최향남의 연봉으로 4천만원을 요구했고 구단은 그 액수대로 연봉을 확정했다.
감독에게 연봉협상의 전권을 맡긴 최향남을 `정신나간 프로'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네가 직접 협상하기 어렵다면 내가 나서보겠다"는 감독 앞에서 자기 고집을 세울 선수가 몇명이나 있을까.
왜냐하면 감독은 시즌내내 선수를 기용하는 `생사 박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듯이 선수의 가치는 감독이 만들어주기 나름이어서 말을 잘 들어야할 입장이다.
최향남은 지난달 31일 `미계약자는 팀 훈련에 참가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는 구단 코칭스태프로부터 "웬만하면 계약하지" "네가 너무 욕심 부리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천감독과 코치들은 빨리 계약을 마무리해 팀훈련을 정상적으로 이끌려는 의도에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프로경력 16년의 김응용감독이 왜 중재역할을 꺼리는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