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녀' 김기영 감독 타계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화녀' `이어도' `육체의 약속' 등의 영화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인 영화 작가로 평가받은 김기영 감독이 5일 오전 3시 혜화동 자택의 화재로 타계했다. 향년 77세. 유족은 장남 김동원씨（45） 등 2남1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김 감독은 치과의사인 부인 김유봉씨와 잠을 자던 중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감독은 60∼70년대에 왕성한 연출 활동을 펼치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한국 영화사의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 그러나 당시에는 작품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과 아무도 꺾지 못하는 고집, 기행 등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는 오히려 `영화계의 기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김기영 감독의 회고전을 통해 오랫동안 대중과 비평가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김 감독의 작품 세계가 재조명되면서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한국영화 최고의 보물'로 일컬어졌다.
오는 11일 열리는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회고전이 열리는 등 여러 국제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는가 하면, 5월 중에는 북미투어 상영회가 예정되어 있다.
국내외의 이같은 재조명에 힘입어 김감독은 지난 84년 `육식동물' 이후 14년만에 새영화 `악녀'를 이달 하순부터 이지은을 주인공으로 촬영할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병원 인턴 생활을 하던 중 USIS에서 문화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계에 들어섰다.
대한뉴스 1회부터 5회까지의 해설, 한국 최초의 동시녹음영화인 `죽음의 상자', 6．25전쟁 후 최대의 흥행작으로 기록됐던 `양산도', 샌프란시스코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10대의 반항'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70년대에는 `하녀' `화녀' `충녀' 등의 작품을 통해 산업화 과정속에서 야기된 인간 충돌을 성을 매개로 표현,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 94년에는 입센작 `유령'을 각색한 `사랑속에 숨고 싶다'는 연극을 연출하는 등 예술을 향한 집념을 불태워 왔다.
빈소 풍납동 중앙병원 영안실 （02）489－32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