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천재는 농담도 못한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프로농구의 뜨거운 열기는 지난 설 연휴에도 이어졌습니다.
극심한 고속도로 체증에 대한 염려 때문에 사흘 동안 서울에서 모든 경기가 펼쳐졌는데 `IMF 한파'로 고향을 찾지 못한 가족팬들이 대거 농구코트를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여기에다 농구대잔치도 막판으로 치달으며 고려대－연세대전 등 빅게임이 줄을 이어 농구팬들에게는 그저 행복한 일주일이었습니다.
우선 프로농구판의 뒷얘기들부터 들어보지요.
◇…일부 스타들과 구단이 지난달 25일에 열린 올스타전 때문에 톡톡히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먼저 대우 김 훈과 삼성 문경은의 뜬금없는 LG 이적설이 화제가 됐습니다.
김 훈과 문경은은 올스타전에 앞서 경기장 밖에서 열린 팬사인회를 갖던 중 몸을 녹이기 위해 LG구단 버스에 탔는데 이게 화근이 된 겁니다. 마침 팬들이 버스안에 있는 둘을 목격하고 사인을 요구했는데 김 훈은 장난삼아 `LG 김 훈'이라고 적었다는군요.
당시 이 광경을 지켜본 한 농구팬은 이같은 사실을 PC통신 게시판에 올렸고 `이적설'은 순식간에 퍼진 것이지요.
◇…지난해 트레이드 요구로 파문을 일으켰던 기아의 허 재가 또다시 `사고'를 쳤습니다.
허 재는 지난달 27일 경기를 마친 뒤 대우 최종규 감독과 이적에 관련된 몇마디를 주고받았는데 내용이 그대로 방송전파를 탄거지요.
이날 대우를 꺾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허 재는 경기후 최감독으로부터 우스갯소리로 "다음 시즌엔 우리팀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감독님이 불러주신다면 기꺼이 가겠습니다"라고 응수했다는군요. 방송이 나간 뒤 파문이 일자 최감독과 허 재는 "농담으로 오간 말이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날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입니다.
◇…대우의 홈코트인 부천실내체육관이 원정팀 응원단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습니다.
열성 오빠부대의 광적인 응원에 원정 응원단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가 하면 어쩌다 "파이팅" 소리라도 내면 여지없이 야유를 받는 등 험한 꼴을 당하기 일쑤지요.
따라서 각 구단은 부천경기 응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일 SK는 부천소재 SK텔레콤 직원 50여명과 구단 직원, 선수 가족들로 특공대를 구성해 기습적인 응원전을 시도했지만 극성 오빠부대의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는군요.
◇…대우 최종규 감독이 요즘 벤치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벤치에 차분히 앉아 작전을 지시하는 스타일의 최감독은 최근들어 일어서 있는 시간이 많은가 하면 때론 벤치에 누운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지요.
주위에선 "혹시 치질에라도 걸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데 사실은 최감독이 지난달 중순부터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는군요.
복대를 차고 침을 맞는 등 온갖 치료방법을 동원하지만 5분만 앉아 있어도 허리가 마비될 만큼 심각하다는군요.
최감독은 "헤드코치（감독）는 말그대로 머리만 쓰는 직업인 만큼 허리 아픈 게 별 대수냐"며 애써 여유를 보여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화제를 농구대잔치로 옮겨보지요.
지난달 31일에 벌어진 고려대와 연세대의 농구대잔치 남자부 준결승 2차전은 차라리 전쟁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했습니다.
이미 1패를 안은 고려대와 2차전에서 결승행을 확정지으려는 연세대는 이날 2차례나 연장에 들어가는 혈전을 치렀는데 결국 고려대가 힘겹게 승리를 거뒀지요.
그런데 정작 승리한 고려대측보다 더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들이었지요.
썰렁한 관중석 때문에 속앓이를 해왔던 농구협회는 고려대_연세대전이 내심 3차전까지 가기를 바랐는데 결국 뜻을 이룬 겁니다.
농구협회는 아마농구의 최대 관심사로 통하는 고려대_연세대전의 횟수를 늘리기 위해 이번 농구대잔치 예선부터 두 학교를 같은 조에 편성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정리＝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