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 캠퍼스로 발길 '턴'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IMF시대엔 대학이 최고야！'
얼마전 한 전업작가는 한국전업작가협의회 창립에 앞서 "한국에서 전업작가란 실업자보다 약간 나은 정도"라고 말했다.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도 낮고 지원도 없을 뿐아니라, 작품매매도 거의 안돼 예술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IMF 한파로 미술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작가들은 호구지책도 어렵다. 그래서일까. 신학기를 앞두고 그동안 전업작가로서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온 유망 작가를 비롯, 평론가 큐레이터들이 상당수 대학으로 발길을 돌렸다.
추계예술대에서는 소외된 노인들을 주로 그려온 동양화가 박순철씨가 동양화과 전임교수로 임명됐고, 모교출신으로 부조화를 해온 김지현씨가 겸임교수, 서양화에서는 모교출신 재독화가 구영모씨가 전임으로, 박두진씨 아들인 박영하씨와 재불화가 박승순 박기호씨가 겸임교수로 뽑혔다.
지난 연말로 금호미술관을 그만둔 평론가 박영택씨가 이론 겸임교수가 됐다.
또 97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겸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이영철씨가 계원조형예술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경주 선재미술관 큐레이터 신혜경씨가 수원대 미대 이론과 전임으로, 평론가 윤자정씨가 부산 동의대 교수로 부임한다.
또 사진 조각작품을 선보여온 고명근씨가 국민대 회화과, 서양화가 이강일씨가 목포 대불대학, 사진작가 신경철씨도 광주대학 예술대 사진학과 교수로 뽑혔다. 그런가하면 서양화가 김섭씨도 울산대에 새로 신설된 미술학과 교수로, 판화가 이종한씨도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부임한다.
갤러리 사비나 이명옥대표는 "아직 한국에서는 외국처럼 전업작가로 작품을 팔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닦여 있지 않다"면서 "유망 작가들이 전업작가에서 교수작가로 길을 바꾸는 것은 그래도 생계보장이 되고 작품활동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