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3)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외부의 적은 내부를 결속시키게 마련이다.
독재자가 정권안보를 위해 가장 즐겨쓰는 효과적인 방법이 `외부의 적'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당장은 마음에 들지 않고 불만이 많더라도 어쩔 수 없이 똘똘 뭉치게 된다.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각각 옮겨온 킹과 카미, 장쇠와 칭기즈칸도 그랬다.
처음 검역소에서 만났을 때는 경계심도 품고 주도권 확보를 위해 눈치 싸움도 했지만 같은 처지라는 공동의식을 가지면서 최소한 적대감을 갖지 않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 사이에 `본드칠'을 한 것은 바로 시저의 출현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공포감에 눈만 깜빡이고 있던 차에 웬놈이 악을 쓰며 벽을 허물어버릴 듯이 덤비니 그 `웬놈'은 공동의 적이 됐다.
처음에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해 웬만하면 참고 지내려고 했지만 자꾸 신경을 자극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방인들이 느끼는 공포감보다는 천국을 빼앗길 지 모른다는 시저의 위기의식은 더 컸다.
우선 방 배치가 시저의 방 양쪽에 이방인들이 2마리씩 돼있으니 포위당한 꼴이 됐다.
시저는 두 벽을 오락가락하며 `사수'에 나섰다.
바우의 복귀를 눈 빠지게 기다리며.
이들의 신경전을 주의 깊게 관찰한 사육사들은 스케줄을 짜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써야 했다.
아직 사파리는 마무리 공사중이어서 사파리에 나갈 일은 없지만 컨디션 유지를 위해 간이방사장에서 운동을 시킬 때 마주치지 않도록 시간 조정을 했다.
이 상태에서 이들이 마주치면 누구 하나가 죽어나갈 게 분명했다.
간이방사장에 나온 `이방인'들은 펄펄 뛰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탄 데 이어 검역소에 이르기까지 좁은 철창에 갇혀있다가 몸을 움직이게 된 게 닷새만이었다.
처음에는 추위에 적응이 되지 않아 움츠리는 것 같더니 크게 기지개를 켠 뒤 본격적으로 근육질을 뽐내기 시작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