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자'눈매'가 달라졌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삼성의 겨울훈련지인 경산볼파크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선수가 뛰면 감독도 뛰고 코치까지 덩달아 보조를 맞춘다.
분명 예년에는 볼 수 없던 신선한 변화의 물결.
모래알 같던 팀컬러를 바꿔가는 것은 `크로스 컨트리'다.
서정환 감독은 지난달 7일 겨울훈련을 시작하며 3∼4일에 한번 꼴로 크로스 컨트리를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목적지는 훈련장에서 약 12㎞ 떨어진 상대온천,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선수들이 지켜야 할 룰은 단 하나, 대화는 무조건 금지다.
"자신을 추스를 기회가 될 겁니다. 극한 상황에 처하다 보면 `내가 야구를 왜 하나'에서부터 가족생각, 미래에 대한 생각 등이 차분이 머리에 떠오르게 돼 있습니다."
첫 크로스컨트리를 실시한 지난달 10일 서감독은 맨 앞장을 섰다.
화들짝 놀란 코치들이 줄을 이었고 머뭇거리던 선수들이 뒤를 따랐다.
"감독, 코치들이 뛰는데 선수들이 요령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주장 양준혁은 매서운 눈매로 `바람 잡이' 역할을 맡았다.
흥미로운 것은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라는 사실.
1일 현재까지 5차례 뛰는 동안 류중일（35）, 조계현（34） 등이 늘 1등을 나눠 가졌고 장거리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전병호（25）가 선두그룹을 형성, 젊은 선수들의 체면을 간신히 세웠다.
꼴찌는 언제나 신동주（26）, 김영진（26）의 몫.
류중일은 "산을 타는 요령은 인생경험과 정확하게 비례한다"고 후배들에게 점잖게 충고한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 명령하기 보다 행동하는 감독, 코치.
`잘되는 집안'의 한 단면임에는 틀림없다.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