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 야구보기] 'IMF아웃'시키는 야구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4시 05분
`IMF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는 캠페인에는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위기 뒤에 찬스가 온다'는 말이다.
운동경기의 전문용어처럼 된 이말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확실한 관리로 넘기고 나면 막바로 기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특히 공격과 수비 진용을 분명히 정해 경기를 하는 야구에서 이같은 속설은 그대로 증명된다.
찬스에서 득점하지 못하면 스스로의 기세는 꺾이고 상대의 사기를 살려주게 돼 바로 실점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잡은 찬스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야구에서 위기를 도약의 찬스로 만든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29년 경제 대공황을 맞은 미국 메이저리그는 심각한 경제사정으로 팀 해체 등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갖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실업자 양산, 물가 폭등 등으로 찌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작업을 열심히 했다.
아메리칸리그의 뉴욕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이라는 대스타를 앞세웠고, 내셔널리그의 시카고 커브스는 명감독 조 맥커티의 선풍적인 인기를 내세워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29년 950만명이던 관중은 공황이 절정기에 달한 30년 1천13만명으로 사상 처음 한시즌 관중 1천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는 경제 공황으로 울적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야구로 달래는 등 위기속의 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의 패배후 잿더미가 된 일본도 야구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달래기에 앞장 섰다.
1944년 35게임에 그쳤고, 국왕이 항복을 발표한 45년에는 한게임도 치르지 못한 일본 프로야구는 폐허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46년 정상적인 105게임을 소화하며 실의에 빠진 국민들의 슬픈 가슴을 달랬다.
일본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잡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바로 어렵던 시절 국민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IMF 시대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도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관중격감은 물론이고 각 구단의 예산절감으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번 위기가 프로야구 제2의 도약을 약속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프로야구가 처한 현실을 분명히 알고 정확한 메스를 가하는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프로야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종사자들의 의식 개혁이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와는 달리 구단 모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때문에 각팀들은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추악한 경기를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작년에는 부정방망이 사건으로 얼룩졌고 갖가지 항의로 인한 시간끌기 등 짜증나는 일들을 수없이 해왔다.
그러나 위기를 맞은 올시즌은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국민들과 보다 가까워지는 야구를 해야 한다.
실직과 고금리, 고물가 등 각종 어려움에 힘들어 하는 국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위로도 할 수 있는 그런 야구를 해야 한다.
행정을 담당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장을 찾은 사람이면 누구나 시름을 털어버리고 속이 시원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야구장에 가 `스트레스 아웃'을 외칠 수 있다면 야구장은 국민들의 위로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또 이미 마련된 경기 촉진룰을 비롯해 야구를 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우선돼야 하고 일사불란한 조정 능력을 발휘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또 구단과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전도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전력을 다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구단이 좋은 이미지의 스타만들기에 최선을 다한다면 야구장은 국민들의 `쉼터'로 자리잡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프로야구가 IMF의 파고를 슬기롭게 넘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부국장대우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