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씨] 썩고 병든 문화재 치료사
기사입력 1998년 01월 25일 15시 41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 이상수실장(52．4급상당 학예연구관)은 문화재 치료의사다.
썩고 병든 문화재를 과학적 방법으로 조사, 연구하고 치료하는 전문의다. 전문용어로는 `보존과학자'. 그가 몸담고 있는 보존과학실은 문화재 병원인 셈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 이 방면의 대부가 된 이실장이 음지에서 묵묵히 이 일을 해온 지도 25년여.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 71년 덕수궁박물관 시절 촉탁으로 들어와 발굴시 실측, 측량에서 도자기 수리까지 맡았던 그는, 74년 공개채용을 통해 정식 학예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황수영 관장과 최순호 미술과장이 국내에 전무하던 유물 보존과학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인식, 그는 그해말 대만 고궁박물관 과학기술실로 유학, 유물보존과학을 정식으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76년 국내최초로 생긴 보존과학실에서 첫 문화재 치료의사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이 분야에 대해 문화재전문가들조차 인식도가 낮은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직제도 독립돼 있지 않아 능동적인 일처리가 어렵고, 예산 인원 모두 너무 적죠."
그와 함께 동고동락해온 보존과학실 식구들은 모두 3명. 금속유물처리 담당 안병찬씨, 수침목재처리 담당 이용희씨, 화학분석 담당 유혜선씨. 이들의 손을 거쳐간 유물만해도 수십만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22만점과 전국 지방박물관 소장품 12만점, 그리고 연간 시급히 처리해야할 유물도 400∼600점 가량 된다. 연간예산은 4억8천만원.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도 `보존과학자 몇명이 적은 예산으로 이처럼 막중한 일을 계속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첨단기계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듯, 우리들의 경우도 중요한 첨단기계가 유물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죠.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뻔히 보고도 문제해결을 하지못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요."
현재 8개 지방박물관가운데 보존과학 공무원이 있는 곳은 부여박물관 한곳. 그곳에도 7급 공무원이 1명 있을 뿐이며 시설도 미비하다.
20여년동안 조용히 일만했던 이들은 난생처음 특별전을 열고 보존과학의 중요성을 일반에게 알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문화재와 보존과학 97'(2월 19일까지．398－5000)은 음지에서 일한 이들의 노고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