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권오인 2단●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3시 59분
제2보(19∼30)＝흑 19는 국면을 압도하는 요처의 곳. 이 한수로 우하변 흑의 진영이 빛을 발한다. 이 수를 감각적으로 맞출 수 있는 아마추어라면 상당한 유단자급 실력의 소유자다.
다음 백의 우변 흑진에 대한 대응을 지켜보자. 백 20으로 한칸 뛰어 일단 흑의 응수를 묻는다. 흑 21 `도강(渡江)'이 불가피할 때 사뿐히 백 20으로 어깨를 짚는다. 흑 23 밀어올림 또한 불가피하다. 내친 김에 27까지 흑은 밀어올릴 수밖에 없다.
다음 흑의 한수가 궁금한 장면이었는데 29가 서 9단의 `강미(强美)'를 느낄 수 있는 대목. 이 수로 `가'의 미끄러짐이나 `나'의 다가섬 등은 대세에 뒤지는 수로 밋밋하다.
그런데 흑의 기세에 눌렸음일까. 백은 갑자기 30으로 꼬리를 내린다. 국후 권 2단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며 무조건 [참고도 1] 백 1로 꼬부리는 것이 급소였다고 후회막심. 우려되는 것은 흑 2．4로 젖혀 끊는 변화인데 백 5가 침착한 대응이며 흑 6 때 백 7．9가 또한 경쾌한 행마로 백의 호조임이 눈에 띤다.
수순 중 흑 6으로 [참고도 2] 흑 1로 밀어붙이는 수는 선수를 잡아 9의 곳에 선착하려는 의도지만 8까지 상변 백에 두터운 외세를 허용할 뿐만 아니라 10까지 아래 쪽 백도 잘 공격당할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참고도 3] 백 1에 흑 2∼6까지 변신은 어디까지나 궁여지책. 애초 흑 ▲의 의도가 5까지 백이 머리를 내밀어 반감된 모습이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