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올핸 진짜 글러브 끼겠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해태 박재용（29）이 방망이를 놨다.
타격 하나로 승부를 거는 `지명타자'가 방망이를 집어 던진 이유는 나머지 한쪽을 찾기 위한 처절한 생존경쟁에서 비롯됐다.
박재용은 96, 97년 연속으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타자.
왼손타자로서 좌,우를 스프레이처럼 뿌려대는 데다 특히 찬스에 강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에도 타율은 2할4푼5리에 불과했지만 결정적일때 터져 나오는 한방으로 몇차례나 연패에 빠진 해태를 구해냈다.
올시즌에도 물론 확실한 지명타자 후보.
하지만 박재용은 `반쪽짜리'를 거부하고 나섰다.
"수비위치가 없는 선수는 생명력이 짧지요. 한마디로 `정리대상' 1호라고나 할까요?"
상대투수가 왼손으로 바뀌면 여지없이 교체되는 것이 지명타자 박재용의 운명이었다.
작년 10월25일 한국시리즈가 끝난 이후 박재용은 아직 방망이를 잡지 않고 있다.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고 열심히 땀을 흘렸고, 글러브를 끼고 내,외야 구석구석을 헤맸다.
단점인 느린 발을 커버하기 위해 순발력을 기르는 한편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 수비 포메이션을 익히기 위해서다.
방망이 하나만 잡고 타격훈련만 하던 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는 좌익수 수비도 잘하는 선수라는 얘기를 꼭 듣겠습니다."
방망이를 잠시 놓고 글러브를 정성껏 손질하는 박재용의 손끝에서 새로운 도약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광주=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