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성재 4단●안조영 4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4시 08분
총보(1∼244)＝예선전이나 본선에서나 `대진운'이 큰 변수로 작용함을 부인할 수 없다. 예선전에선 강력한 본선후보, 본선에선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기사들도 대진운이 따라주지 못하면 일찌감치 무대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
이 판의 두 대국자 역시 `본선멤버'로서 손색이 없는 기력의 소유자들이건만 공교롭게도 1차예선에서 맞닥뜨렸다. 둘 중 하나는 어쩔 수 없이 2차 예선전에도 오르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 결국 행운의 여신은 이 4단 쪽으로 손을 들어주었는데 그 과정을 더듬어 보자.
두 대국자는 라이벌답게 초반부터 팽팽한 국면을 이끌어 갔다. 78까지 국면은 약간 백 쪽으로 기운 느낌이었는데 백이 80．90으로 좌변 흑말의 공격에 나섬으로써 국면은 급해지기 시작한다. 백 80．90의 공격은 흑에 81∼93까지 실리 손실을 감수하며 결행한 만큼 백으로선 부담스런 작전이었던 것.
그러나 102의 곳에 끊지 않은 흑 97이 나약했고, `가'로 선제공격에 나서지 않은 흑 113．115가 안일해 백은 132까지 앞서의 실리손실을 충분히 만회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흑도 133．135를 둘 수 있어 여전히 팽팽한 국면이었는데 백 136 때 흑 137이 섣부른 응수타진으로 곧 패착이 되었다.
[참고도] 흑 1로 받고 백 8 때 흑 9로 손을 돌려 이것이었으면 끝까지 알 수 없었던 국면. 백 138이 승착으로 날카로운 반격. 이에 흑 139∼149까지 바꿔치기가 불가피해서 150까지 백이 미세하나마 승세를 굳힌 장면.
이후 흑은 173으로 최후의 승부수를 띄웠으나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 194까지 대바꿔치기 역시 흑이 약간의 손실을 가져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래서 승부차가 더욱 벌어진 것. 신세대 선두주자들답게 치열한 접전을 벌인 한판이었다.
이 판을 이긴 이 4단은 2차예선 1회전에서 노장 김희중 9단에게 석패, 끝내 2년연속 2차예선 탈락의 불운을 곱씹어야만 했다.
242＝141, 244＝119의 자리, 244수 끝, 백 4집반승.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