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팀부진은 내탓이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8일 15시 46분
`람보슈터' 문경은（27．수원 삼성）은 머리만 닿으면 자는 체질이다.
충분한 휴식, 특히 수면만큼 훌륭한 활력소가 되는 약도 드물기 때문에 대학시절부터 일부러 들인 버릇이다.
그런 문경은이 최근 며칠째 밤잠을 설친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사람좋은 미소도 사라진지 오래됐고 대신 경직된 표정이다.
"왜 이리 안풀리는지 모르겠어요."
19일 현재 삼성의 성적은 11승16패로 9위.
3차라운드에서만 2승7패를 기록하더니 어느새 최하위 SK와 함께 바닥을 헤매는 신세가 됐다.
시즌초반 5연승 가도를 달릴 때의 기억은 어느새 먼 옛날 이야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2차라운드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조직력이 흐트러지더니 이제는 연패（連敗）를 아예 밥먹듯 한다.
주득점원인 문경은과 존 스트릭랜드를 활용한 공격전술이 다른 팀에 읽혔을 뿐만 아니라 김승기 김희선의 부진에 따른 포인트가드진의 구멍이 결국 이같은 성적을 남기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거기다 지난 2일 기아전에서는 문경은마저 오른손 팔목을 다쳐 삼성으로선 폭설 위에 서리까지 쏟아진 격이다.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에서 3주진단을 받은 문경은은 이틀 뒤 진통제를 맞고 SBS전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며 전기를 마련하는 듯 했지만 이번엔 행운의 여신이 삼성을 버렸다.
메이컨에게 통한의 16m짜리 버저비터를 얻어맞은 것.
그리고 6일 나래전과 11일 대우전서는 거의 움켜쥔 승리를 연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놓치는 불운이 이어졌다.
"모두 제가 부진했던 탓입니다."
문경은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만 그에게 돌을 던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퇴색한 명가를 시험에서 구해낼 구세주는 그래도 문경은 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