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성재 4단●안조영 4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제6보(101∼126)＝지난기 본선 4강까지 오른 신세대 선두주자 목진석 3단은 프로기사 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이 판의 안 4단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목 3단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사들도 안 4단을 매우 까다로운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그의 끈질긴 승부근성때문이다. 특별한 경우(단명국)를 제외하곤 모든 대국에서 안 4단은 제한시간을 모두 소비한다. 그것도 거의 마지막 초읽기까지 간다. 질 때 지더라도 상대를 파감치가 되게 만든다.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 죽어도 바둑판 위에서 쓰러지겠다는 치열한 승부근성, 정말 그는 타고난 승부사다.
반면 이 4단은 수재형에 속한다. 속기로 슬슬 두어가는 듯 싶어도 한번 기회가 오면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전광석화와 같은 수읽기와 공격으로 상대를 꼼짝못하게 만든다. 두 대국자의 상반된 기풍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연상케 한다.
흑 1．3은 여전히 조심스런 응수. 드디어 백은 4로 끊어 공격의 나팔을 분다. 흑 5는 시급한 탈출이며 백 6에 흑 5∼11까지 동문서답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백 12때 흑 13．15. 흑 15로 20에 모는 패를 감행할 수 없을 바엔 이곳은 건드릴 필요가 없었던 것.
백에 14의 빵때림을 허용해 손해를 자청했고 흑 21 후수 가일수가 불가피해 백 22를 선수로 당해 백이 편한 국면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흑은 [참고도] 1로 붙여가 응수를 묻는 것이 타이밍. 백도 이에 응수가 어렵다. 백 A는 흑 B로 그만. 그렇다고 백 B는 흑 A가 선수로 불만. 백 C∼흑 J까지 바꿔치기도 생각할 수 있으나 하변에서 백의 손실도 제법 커 득이 없다. 어쨌든 이랬으면 흑이 재미있는 국면임은 확실했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