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IMF시대의 서글픈 신호
기사입력 1998년 01월 15일 15시 28분
신호란 참 편리한 것이다.
파란 신호면 전부 가도 좋고, 빨간 신호면 모두 서야 한다.
그런 신호를 정하지 않았으면 교통경찰이 운전자 모두에게 일일이 말로 설명해 줘야 했을 것 아닌가.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는 상대의 어떤 신호로 그 사람의 요구를 알아야 한다.
어미제비는 먹이를 물어 와 가장 입을 크게 벌린 새끼부터 준다고 한다.
`엄마！ 제가 가장 배가 고파요. 먼저 주세요！'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란다.
그 옛날 네로는 오른손 엄지를 아래로 꺾는 것으로 사람을 사자의 먹이로 주곤 했다.
요즘 회사에선 이런 신호로 해고를 알린다지.
사장이 슬픈 표정으로 첫 신호탄을 쏜 뒤 말한다.
"인간은 회자정리….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도 있는 법…. 에, 우리의 이별이 섭섭하지만…."
이래도 못 알아 들으면
"김 과장！ 나랑 차나 한잔 하지…."
"이대리 무급 휴가로 한 1년 쉬어야겠어."
아니면 어느날 출근해 보니 책상이 없다든가….
남편은 집에 들어와 납덩이 매단 것처럼 축 늘어진 어깨를 보이는 것만으로 회사서 잘렸다는 신호가 충분하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한다.
"이제 당신을 낮에 즐겁게 해 주지 못하는 대신 밤에 `뿅가게'하는 봉사라도 하리다. 먼저 뜻을 밝혀도 좋소."
아내 "아이, 어떻게 여자가 먼저…."
"하긴, 아이들 눈도 있고 하니…. 아, 이런 식으로 신호를 하시오！"
"어떻게?"
"내가 기운도 낼 겸 오늘 저녁처럼 맛있는 쇠고기 불고기를 해."
그러자 아내, 두 눈이 이의정 눈동자처럼 당구알만해지더니 하는 소리
"지금이 어느 땐데！ IMF 시대라 물가가 얼마나 비싼 줄 아우? 매일 어떻게 불고기를 먹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