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야구보기] 프로야구가 사는길
기사입력 1998년 01월 12일 13시 56분
제품（Product） 가격（Price） 프로모션（Promotion） 유통（Place） 등 `4P'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것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제5의 힘'이라는 `이미지 파워'다.
갑자기 마케팅 얘기를 꺼낸 것은 IMF 시대를 맞은 프로야구도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프로야구단은 모두 독립법인이어서 재벌의 상호지급보증이 없어지고 모기업으로부터 갖다쓰던 1년 평균 70억∼80억원의 운영비를 제도적으로 못받게 될 경우 프로야구단의 도산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프로야구단도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꿈의 무대'라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야구단들의 마케팅 전략을 보면 철저히 돈 중심이다.
성적보다는 돈벌이를 우선으로 하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마케팅 전략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미지 파워'다.
박찬호가 활약하고 있는 LA 다저스를 보자.
다저스는 작년 노모, 캐로스, 몬데시, 홀랜스워드 등 4명의 신인왕들을 앞세워 짭짤한 장사를 했다.
시장조사를 통해 선정된 이들은 모든 홍보물에 동원돼 신인왕들이 이끄는 `젊은 힘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팬들을 유혹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년시즌 후반 노모, 캐로스 등의 인기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자 다저스는 올시즌 새로운 전략을 짰다.
바로 `코리안 익스프레스'라는 박찬호와 장거리타자인 포수 마이크 피아자를 새로운 스타로 지목하고 이미지 가꾸기에 들어 간 것.
다시말해 다저스의 올해 이미지는 엄청나게 빠른 볼을 던지는 박찬호와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를 자랑하는 피아자를 한데 묶어 `스피드와 폭발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반면 작년시즌 사이영상의 페드로 마르티네스, 홈런포의 헨리 로드리게스 등을 내세워 `공포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관중 동원에 나섰다가 실패한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같은 구단은 간판 스타들을 모두 트레이드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만들어진 좋은 이미지의 팀은 얼마든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OB 박철순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지난 82년 22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시즌 MVP에 오른 박철순은 바로 다음해 허리부상으로 야구를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나 불굴의 투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83년 이후 재기의 희망과 좌절의 절망 사이를 오가느라 7년 동안 10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게됐다.
OB가 올드 팬이 가장 많은 구단으로 자리 잡은 것 역시 박철순이라는 불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김재현 서용빈 유지현 등 신인 3인방을 내세워 우승을 차지한 LG 역시 95년 이들 신인들의 신선한 이미지를 앞세운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사상 최고인 126만명의 관중을 불러들였다.
당시 서울 잠실의 1경기 평균관중이 2만명이 넘어섰는데 이같은 관중수는 일본 수준에 버금가는 대단한 관중동원이었다.
이같이 좋은 사례들이 있고 또 구단의 이미지가 모기업에 주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내 야구단들은 스타를 통한 좋은 이미지 만들기를 소홀히 해왔다.
계약금 5억원짜리 신인 선발투수가 단한마디의 홍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투자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진취적인 생각보다는 그저 성적만 잘올리고 무사히 넘어가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들을 해온 것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이제 자급자족을 하지 않으면 어려운 처지에 빠져있다.
포스트 이종범, 포스트 이상훈 등 새로운 이미지의 스타들을 각구단들은 만들어내야 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이미지'를 만들어 철저한 마케팅을 하는 일만이 한국 프로야구의 생존의 길이라면 잘못된 표현일까.
[부국장대우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