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가짜개그맨(3)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5시 38분
97년 11월말. 회식차 지하 1층의 단란주점으로 간 김현영（31．가명）은 유상철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남편과 6살바기 아들을 둔 주부 김현영은 유상철이 근무하는 단란주점과 같은 빌딩에 입주해 있는 작은 무역회사의 여직원. 웨이터 복장을 한 유상철이 명함을 건네며 떨리는 손으로 양주를 따라주었으나 눈여겨 보지는 않았었다.
김현영이 유상철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며칠 뒤 유상철이 사무실로 찾아오면서부터 였다.
"지난번에 들으니까 저하고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우리 친하게 지내요. 대전에서 온 지 얼마 안돼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다 좋은데 저 실은 유부녀예요. 자식도 있고."
"상관없어요. 그냥 누나 동생처럼 지내면 되잖아요."
유상철은 며칠 뒤 김현영을 근처 레스토랑으로 불러냈다. 저녁을 사주겠다는 말에 별 생각없이 나간 김현영은 깜짝 놀랐다. 평상복을 입은 유상철의 모습은 주위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멋졌던 것.
"누님에게는 왠지 제 과거와 오늘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상철은 이어 불행했던 과거를 털어놓은 뒤 자신은 현재 방송국 개그맨으로 일하고 있으며 생활비가 부족하면 가끔 단란주점에서 일한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동정심만큼 여자의 닫힌 문을 열어제치는 열쇠도 없다. 무뚝뚝한 남편과의 오랜 결혼생활로 연애감정을 잊고 살았던 김현영은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한 유상철에게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을 나온 유상철은 김현영의 마음을 간파하기라도 한듯 인근 여관으로 이끌었다.
유상철이 김현영에게 돈을 빌려가기 시작한 건 이로부터 이틀 뒤.
보증을 선 친구가 도망을 가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며 100만원을 꿔 갔고, 같이 사는 PD 친구가 쫓아내 새로 방을 얻어야한다며 보증금 200만원을 빌려갔다. 중고자동차 등록비로 90만원을 얻어가기도 했다.
한푼 두푼 빌려간 돈이 500만원을 넘어서자 김현영은 유상철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그러나 유상철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늘은 유상철의 범행이 계속되도록 놔두지 않았다. 유상철이 자신의 핸드폰을 김현영의 차에 두고 내린 것.
옛 애인들이 잇따라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고 우연찮게 이들과 통화를 하게 된 김현영은 유상철의 과거 범죄 행각을 낱낱이 알게 됐다.
김현영 한정화 박정원 등 피해여성 3명이 서로 만나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상철을 경찰에 고발, 쇠고랑을 채움으로써 유상철의 범죄 행각은 지난해말 종지부를 찍게 됐다. X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