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재정난 해태 직원들 핸드폰 회수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4시 41분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영어는 아마 `IMF' 세글자가 아닐까 싶네요.
온나라가 `IMF한파'로 덜덜 떨고 있는 터라 프로야구판에도 단연 어려운 경제와 관련된 화제거리가 많습니다.
◇…`IMF한파'가 급기야는 구단 직원들의 `입과 귀'까지 막아버렸습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해태는 지난주 현장업무를 진행하는 매니저를 제외하고 구단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핸드폰을 모두 반납토록 했습니다.
어려운 때에 통신비 한푼이라도 줄여보자는 눈물겨운 노력이죠.
하지만 긴밀한 연락을 생명으로 하는 스카우트의 핸드폰마저 반납시킨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어려운 사정이야 물론 납득하지만 군인이 총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꼴이 돼서야 쓰겠습니까.
◇…핸드폰 말이 나온 김에 현대 박재홍 얘기를 잠깐 하고 넘어갈까요.
◇…박재홍은 지난주 3년간 사용한 낡은 핸드폰을 새걸로 바꿨는데 `신체구조' 탓에 본의 아니게 최고급형을 선택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핸드폰이 워낙 작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새끼 손가락이 웬만한 여자들 엄지보다 더 굵은 `솥뚜껑손' 박재홍이 콩알 반쪽 크기의 버튼을 작동하려니 2개가 한꺼번에 눌려 여간 불편하지가 않더랍니다.
할 수 없이 누르지 않고 말로 거는 최고가의 핸드폰을 산 박재홍은 "IMF시대에 싼걸 구입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며 절대 과소비가 아님을 강조하더군요.
◇…삼성 직원들은 무인년 새해를 공포분위기 속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작년말부터 불거진 감원설이 지난 5일 새해 첫 출근날부터 `살생부'로 변해 나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계약직 사원 몇명만을 정리하려던 당초 방침과 달리 10여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직원들이 감원대상에 포함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살벌한 분위기가 된 거죠.
더구나 요즘에는 "아무개가 잘린다더라"는 식의 근거없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어 간부는 물론 말단 사원들까지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 직원은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모두들 눈치만 보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낫겠다"고 하더군요.
◇…반면 `IMF한파' 덕을 톡톡히 본 구단도 있습니다.
롯데는 외야수 손인호, 투수 임경완과 줄다리기 끝에 지난 연말 각각 총액 2억원과 2억2천만원에 사인을 받아냈는데요.
의견차가 5천만원 이상 나던 차에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조성우 김태민 스카우트가 `IMF 양동작전'을 펼쳤답니다.
"해를 넘기면 경제사정은 더 나빠진다. 새해에는 계약금이 1억원대로 내려간다"고 최후통첩을 하자 며칠 안돼 스카우트들의 핸드폰이 울리더랍니다.
◇…고려대 92학번 출신 선수 7명이 한데 뭉쳐 `칠갑산'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답니다.
지난 3일 한화 홍원기의 집들이에 모인 동기동창은 요미우리 조성민과 LG 손 혁, 해태 김종국, 쌍방울 김선섭과 아마야구의 상무 김지훈, 포스틸 유진호 등이지요.
이들은 함께 충남 광천에 있는 고 최남수 고려대 전감독의 산소에 다녀온 뒤 홍원기의 대전 신혼집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모임의 이름을 정할 때 처음엔 `7왕자' `7공자'가 유력했으나 "너무 느끼하고 불량서클 같아 정감있고 따뜻한 느낌인 칠갑산으로 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해태 송구홍'은 PC통신 하이텔과 천리안의 LG 동호회 부스에 그동안의 팬사랑에 감사하는 편지를 올렸습니다.
"95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때 결정적인 송구 실책을 너그러이 감싸줘 고마웠다"는 송구홍은 "군입대 이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적어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PC통신의 LG팬들은 송구홍이 트레이드설에 오를 때마다 격렬한 반대 운동을 벌였고 96년에는 이상훈 김동수를 제치고 송구홍을 `미스터 LG' 1위로 뽑을 만큼 각별한 사랑을 아끼지 않았지요.
◇…OB가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습니다.
주포 심정수가 최근 구단과 3차례 면담을 통해 미국행을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죠.
OB는 사실 작년말 각 구단의 간판선수들이 너도나도 미국 일본 등 해외진출을 외치고 나서자 은근히 소외감을 느꼈답니다.
구단 관계자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 팀에는 해외로 나간다는 선수도 하나 없느냐"며 자조적인 얘기를 주고 받았어요.
그런데 심정수가 처음 미국행을 선언하고 나섰으니 소원을 이룬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