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명마 대견] 처량한 말년
기사입력 1997년 06월 28일 14시 37분
천하제일의 명마 `대견'(8·호주산 거세마)이 은퇴경기를 치른지 석달이 지나도록 경마장을 떠나지 못한채 눈칫밥 먹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4년간 한국 경마계를 주름잡았던 `대견'은 최고 64㎏에 달하는 부담중량과 함께 노쇠현상이 겹쳐 지난 3월23일 은퇴경주를 끝으로 경주로를 떠났다.
그러나 이 말은 아직도 39조 마방에 있다. 경마장을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이다.
`대견'은 과천경마장 경주마 1천370여마리 중 매달 조기협회측에 지불해야 하는 `하숙비'(위탁관리비)를 석달치(153만여원)나 못내고 있는 유일한 말이다.
`대견'에게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가을, 마주 이윤자씨(53)가 사업에 실패하면서부터.
이씨의 전 재산에 압류딱지가 붙여지면서 `대견'도 채권자 허락없이는 옴쭉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대견'은 빚더미에 올라 앉은 마주를 위해 서둘러 채무를 청산하라는 듯 그해 그랑프리를 석권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마사회장배까지 우승했다.
문제는 더이상 뛸 수 없을 정도로 늙어 은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올해초에 불거져 나왔다.
수득상금 중 일부를 떼어 하숙비로 충당했던 `대견'은 은퇴경주를 치른 뒤부터는 더이상 수입이 없어 위탁관리비조차 낼 수 없게 된 것. 물론 그전에 벌어들인 3억6천여만원은 모두 마주의 빚청산용으로 쓰여진 뒤였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주 이씨와 채권자 김모씨 등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나 지난 4월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마사회도 압류딱지가 붙여진 재산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으며 채권－채무자가 위탁관리비를 비롯한 채권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을 위탁 관리하고 있는 최혜식 조교사(49)는 "마주에게 부와 명예를 선사하기 위해 분골쇄신한 `대견'만 불쌍하다"며 "하루빨리 채권문제가 해결돼 근사한 승마장에서 느긋한 노후를 보내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