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봉태] '등외판정' 6.25 상이용사의 눈물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5시 16분
해마다 6．25가 되면 전쟁영웅들의 무용담이 흘러나오지만 나라를 피로 지키고도 사회로부터 소외된채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상군경등외판정자협의회' 회원 240명이 그들. 단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훈처에서 `등외판정'을 받아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임봉태씨（71）는 50년12월 보병 8사단 21연대 1대대 32중대장（중위）으로 강원도 양구전투에서 머리와 허리, 배, 다리에 부상을 한 상이용사.
그러나 당시 군병력이 워낙 모자라 장교는 제대시키지 않은 바람에 적당히 치료를 받고 군생활을 계속하다 64년에 비로소 중령으로 예편했다.
지금도 배에는 그때의 참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50㎝가 넘는 상처가 보기 흉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받은 것은 금성화랑훈장 뿐이다. 부상에 따른 적절한 보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몸이 성치 못하니 취업도 되지 않아 작은 아파트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다른 회원 역시 임회장처럼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지금도 불구의 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 또한 최저 수준이다.
"박종호 회원은 그때 입은 상처로 다리를 절어 아무일도 못해 부인이 붕어빵 장사를 하다가 그것도 그만두고 파출부로 나가고 있죠."
임회장에게 가장 서운한 것은 보훈처의 무성의란다.
"없는 돈에 비싼 돈을 주고 통합병원에 판정을 받으러 갔더니 X－레이 판독장치도 없는 사병식당에서 대충 보더니 왜 이제 왔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더라구요. 피흘려 나라를 지킨 선배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라니."
임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지난 21일 보훈처 앞에서 데모를 하려고 집회 허가까지 받았다가 다시 기다리기로 했다.
임회장은 "어떤 정치군인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정축재를 했지만 우리는 진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사람"이라며 "상이용사 대접만 받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