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삐삐마케팅' 등장
기사입력 1997년 06월 20일 14시 45분
"`삐삐맨'을 아시나요."
삐삐를 치면 쏜살같이 달려와 원하는 물건을 배달해주는 신종 마케팅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구로동의 안경점인 `안경대통령'은 최근 신세대의 필수품인 삐삐를 이용, 주문을 받은 뒤 배달해주는 이색 마케팅을 실시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안경점은 도수가 일률적으로 표기된 1회용 콘택트렌즈의 경우 상품명 코드, 아파트단지 코드, 동수, 호수, 도수를 차례로 누르면 주문한 렌즈를 30분 이내에 배달해주고 있는 것.
또 아파트단지 고유코드와 동수, 호수, 도착 희망시간을 차례로 입력하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아파트 단지로 차량을 보내 고객을 모셔오는 판촉 기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주인 김영근씨（32）는 "미시 주부나 학생 등 신세대를 중심으로 하루 5∼6명 가량 이용하고 있다"며 "안경점 인근 3개 단지에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구로구 전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삐삐 마케팅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해 겨울부터.
서울 은평구 신사동 현대아파트 단지내에 군고구마 장수가 삐삐로 군고구마를 주문 받아 각 가정에 배달하는 기발한 판촉전략을 펴 화제를 불러 모았었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최근에는 과일－야채상까지 가세, 삐삐주문 방법을 표기한 광고전단을 아파트 단지내에 뿌려 폭염 더위 속에 바깥 출입을 가급적 꺼리는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과일의 경우 수박 1, 참외 2, 토마토 3 등 고유번호, 아파트 동수와 호수, 구입 개수 또는 가격을 차례로 누르는 것.
예를 들어, 삐삐에 `253073000'이란 숫자를 치면 `5동 307호에서 참외 3천원어치를 갖다달라'는 뜻이다.
평촌아파트 단지에서 과일 행상을 하는 김정현씨（42）는 "전화기가 없어 배달이 불가능한데 착안해 삐삐 마케팅을 시도하게 됐다"며 "과일이나 야채의 경우 아파트 단지내 상가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하루 10여건의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이동통신（015）은 지난달 1일부터 국내외 꽃 배달 체인업체와 연계해 삐삐 한 통화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꽃을 배달해주는 `삐삐 꽃 배달 서비스'를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이동통신 양태석（35）대리는 "꽃배달 서비스의 경우 하루 100여건의 주문을 받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안에 영화나 연극 예약, 이삿짐 계약 등 다양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