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최병규 8단 ●김만수 2단
기사입력 1997년 06월 18일 14시 11분
흑의 계산은 이렇듯 중앙만 공배화한다면 집으론 결코 꿀리지 않는다는 단순계가법이었던 것.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백의 잽을 미처 생각지 못했고 흑 1까지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는데,형세반전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백 2는 최 8단의 노련미를 보여주는 한수.
상대에게 틈을 허용치 않으면서 두텁게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가는 한수였다.
흑 `가' 침투를 방비하면서 백 `나'차단을 엿보는 일석이조의 두터움이다.
이렇듯 상대가 두텁게 두어오자 흑은 은근히 초조해진다.
3, 5 중앙보강도 생략할 수 없다. 흑이 중앙에 돌을 투자하는 동안 백은 6까지 국면정리를 끝냈다.
이젠 별 승부처도 없는 모습.
흑으로선 뭔가 분규를 일으킬 `트집'을 잡지 않으면 안될 상황. 흑 11, 13 차단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백 14에 이은 16에서 흑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백이 흑 석점을 잡고 싶은 충동을 냉철히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백 1이면 흑 석점은 잡는다.
그러나 그것은 흑이 파놓은 함정. 흑 석점의 미끼를 이용해 8까지 중앙 백 말을 감싸안아 승부의 빌미를 마련한다.
노련한 최 8단이 그런 상대의 덫에 걸려들리는 만무.
상대가 계속해서 침착하게 틈을 보이지 않자 이제 흑은 노골적으로 승부수를 던져온다.
흑 19가 그것.
`이래도 반발하지 않을거냐'를 물으며 백을 자극하고 있다.
백도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듯 20 이하 반발했고 27까지 순식간에 두어졌다.
국후 최 8단은 지금도 백 22로 물러받고 흑 20 때 백 `다'로 잡아두는 것이 충분했고 유연했다고. 실전은 뭔가 `일'이 생긴 진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