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선영] '인생 복덕방' 문연 미의 여왕

기사입력 1997년 06월 17일 14시 21분


93년 미스코리아 진－궁선영(弓善榮．25).
그날 그때 "미스코리아… 진…, 궁, 선, 영！". 그 소릴 듣고도 울지 않았다. 여느 미스코리아들과는 달랐다.
"기뻤다기 보단 부담스러웠다. 멍했다. 뭐가뭔지…."
탤런트, MC－궁선영. 요즘 KBS 2FM `가요광장'(정오∼오후 2시) DJ로 훨훨 날고 있다.
`가요광장'은 `인생복덕방'.
"한달 남짓 됐다. 솔로여서 힘들다. 자유롭긴하다. 음악틀고 사연을 읽어 준다. 얼핏 단조롭고 쉬울 것 같은 데 그게 아니다. `가요광장'에는 세상이 담겨 있다. `삶의 방식' `철학'이 있다."
`가요광장'의 주고객은 대학생, 주부, 직장인들.
뜨는 내용은 대부분 `사랑얘기'다. `부부 싸움'에서부터 남녀의 애증(愛憎)까지. `어찌하오리까?'성 하소연도 적잖다.
"`사랑학 박사'도 아니고…. 정말 난처할 때가 많다. 그러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근사한 대안이 나오기도 한다. 한번은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젊은 남자의 하소연에…,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을 같이 흐느끼고 말았다."
궁선영. 서울 태생. 남산초등학교∼은광여중－고∼성신여대 일어일문학과 졸. 1m71, 51㎏.
고교때 방송반원. 진솔하고 털털한 성격 탓에 친구가 많았다. 학교 성적도 쏠쏠했다. 평소엔 농땡이. 그러나 시험기간엔 눈에 불을 켰다. `당일치기 도사'로 명성이 `짜르르' 했다.
교과서만 보면 편두통이 일었다. 그러나 소설책은 희열을 안겨 줬다.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리고 `이상문학상 수상집'도 기억에 남아 있다.
대학 3학년때. 할인쿠폰이 생겨 미용실에 갔다. 이게 동티(?)가 된다.
30대 후반의 어떤 아줌마가 궁선영을 보자말자 수작을 걸었다.
"어쩜, 그렇게 고와. 미스코리아감이야." "… …." "어때, 아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한번 나가보지 그래?"
그러나 엄두가 안났다. 며칠후 `추억만들기'삼아 응시키로 했다.
"설마, 했는데…. 미스 코리아 진이 됐다. 이때 어렴풋이 `운명'이란 걸 느꼈다."
상금 1천500만원. 세금과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출전 경비로 녹았다. 이어 MBC TV `결정 최기 인기 가요'의 MC에 발탁된다.
"3개월쯤 했는데…. 생짜로 진행하려니, 정말 힘들었다. 더욱이 생방송이고.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생활과 방송'. 2중구조는 몸살을 가져 왔다. 1년 휴학.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빠졌다. `태엽감는 새' 등…. 나를 생각했다. 졸업하면 뭘할까?도…."
졸업후. KBS 2TV 드라마 `개성시대'에 출연. 데뷔작이었으나 별 감흥은 없었다. MBC TV `사춘기'의 교사역으로 호평을 받는다.
"그때까지도 `연기'에 애착이 가지 않았다. 뭔가 `다른 길'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MBC TV `한밤의 데이트'에서 송승환과 함께 MC를 본다.
"토크쇼는 어려웠다. 말이 MC지, 들러리였다. 한시간 내내 가만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KBS 2TV의 `밤과 음악사이'는 괜찮았다. 임성훈 조형기의 노련한 진행이 보호막이 됐다. 1년6개월 후엔 그런대로 이력이 붙었다.
이어 맡은 KBS 2TV `아침을 달린다'는 2시간짜리 생방송. 오전 4시에 일어나야 했다. 1년간 혼쭐이 났다.
"당분간 TV출연은 안하려 한다. 신경 쓰이는 게 너무, 너무 많다. 자질구레한게… 머리 손질까지… TV에 서면 왠지, `박제된 새'가 떠오른다."
궁선영. 아직은 공부만 하고 싶다. 올 가을 쯤 언론대학원에 가려 한다. 특별한게 싫다.
이따끔씩 좋은 남자와 영화관에도 가고 싶다. 아무 기차나 타고 무작정 흘러 다니고도 싶다. 아니, 혼자라도 좋다. `느끼한 일상'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의 알파치노. 착, 가라앉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풀풀대는 사람냄새가 괜찮았다.
그리고 `배트멘' `세인트'에서의 발킬머는 부담없는 게 맘에 들고.
"사실, 대학생때부터 시집가고 싶었다. 그러나 사주팔자엔 `시집 빨리 가면 안된다'고 나와 있다. 아직 선 한번 보지 않았다. 사귀는 남자도 없다."
`이상형 남자'의 정형(定型)은 없다. 막연히 `남자다운 남자'만 떠올릴 뿐이다.
궁선영. `동화(童話) 속의 여자'로만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