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바둑] 세계가 놀랐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5일 14시 39분
북한바둑이 아마추어 세계최강전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
북한의 문영삼(18) 아마 7단은 9∼13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당당 3위를 차지해 세계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바둑이 세계대회 메달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년간 세계바둑을 분할점령해온 한중일 바둑3강의 구도가 마침내 깨졌다.
세계아마선수권은 세계 46개국의 대표가 출전하는 아마 최정상전으로 섭위평(1회 우승), 마효춘(5회 우승), 유창혁(6회 준우승)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북한은 지난 89년 북한바둑협회를 창설한 후 4년만인 제14회 아마선수권부터 첫 대표선수를 출전시켰다.
바로 지금의 문영삼군.
문군은 당시 유럽세에도 밀려 15위에 그쳤다.
그러나 북한바둑유학생으로 선발돼 중국과 일본에 바둑유학을 한 뒤 기력이 급성장했다.
문군은 지난 93년 제15회 세계아마대회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오른 뒤, 이번에 당당 3위에 올랐다.
문군은 이번 제19회 세계대회에서 우승도 점쳐졌다. 총8판의 대국에서 지난해 세계 아마랭킹1위이자 이번 대회 우승자인 중국의 유균 아마7단을 꺾은 것.
그러나 일본의 사카이 히데유키(24) 아마7단에 덜미를 잡혀 1∼3위 나란히 7승1패 동률끝에 아쉽게 3위로 밀려났다.
이는 세계아마대회가 대국상대자의 승수총점을 합산하는 스위스리그식 규정에 따른 것으로, 문군은 대회전 하위 시드인 7번을 받아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한편 한국대표로 출전한 이학용(43) 아마7단은 6승2패로 7위에 그쳤다.
문군의 별명은 `북한의 이창호'. 한국의 이창호9단이 부친의 뒷바라지로 세계최강이 된 것처럼 문군 역시 북송교포 출신인 부친(북한바둑협회 서기장)에 의해 바둑꿈나무로 자랐다.
북한의 10년전 협회창설 당시 바둑인구는 2천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북한바둑은 이에 따라 여러개의 전국 대회를 개최하면서, 세계프로바둑을 겨냥해 바둑꿈나무를 중국과 일본 등에 유학시켜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