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규] 강병철감독에게 사랑받는 이유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4시 20분
한화 강병철감독이 즐겨쓰는 말투는 반어법.
속으로는 몇번이고 칭찬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날샜다'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면전에서 강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선수는 거의 없다.
특히 왼손 정영규（27）에 대한 평가는 그가 들으면 자존심이 상할 정도다.
"재능은 있는데 머리가 없어 애당초 글렀어."
강감독의 말대로라면 정영규는 형편없는 선수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 다른 구단에서 정영규를 탐낸다는 소문을 접하자 강감독은 "우리는 어떻게 야구를 하란 말이야"라며 펄쩍 뛰었다.
강감독의 의중에 있는 정영규는 해태 김응용감독이 이종범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끔찍하다.
선발 라인업에서 정영규가 3번이나 5번에 포진하는데서도 강감독의 속사랑을 엿볼 수 있다.
팀내 중량감있는 왼손타자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강감독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몰아치기.
장종훈에게 가려 빛이 덜하지만 최근 정영규의 역할은 알토란이다.
지난 10일 청주 삼성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 역전승의 발판이 됐고 13일 잠실 OB전에서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중심타선의 건재를 입증했다.
최근 5경기에서 14타수 7안타, 5할.
한화가 꼴찌를 벗어나지는 못하면서도 회생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는 정영규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게으른 베짱이'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수가 없다.
연초 부친상을 당해 달라진 마음가짐도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팀내 중고참이라는 책임감이 투지를 자극하고 있다.
얼마의 성적을 내겠다는 욕심도 없다.
다만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수 있는 선배로 남는 것이 정영규의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