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직원사이서 유행하는 은어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3일 15시 11분
`저 사람 블랙이야' `이번엔 마루타가 걸렸어' `너, 픽돌이가 있어서 좋겠다'….
남파 간첩의 암호나 한총련 간부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가 아니다.
여객기 기내나 공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승무원들의 대화 내용이다.
최근 항공 승무원들 사이엔 승객들이 엿듣더라도 해석 불가능한 은어가 유행하고 있다.
`블랙'은 질이 좋지 않아 피하고 싶은 승객이나 인기없는 승무원을 가리킨다. 반면 `화이트'는 정반대다. 기내에서 스튜어디스로부터 화이트라는 말을 들었다면 `인기 캡'이다. 미혼 남성일 경우 데이트를 신청해볼만 하다.
`픽돌이'는 짝없는 스튜어디스들이 갖고 싶어하는 최고 선망의 대상. 공항 주차장에 멋진 차를 대기시켜놓고 힘든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스튜어디스를 기다리는 남자.
스튜어디스가 대합실에 모습을 나타내는 즉시 에스코트해 고급 승용차로 `픽업'해 가는 애인이 `픽돌이'인 것이다.
`마루타' `뻥' `뻥뻥' `뺑뺑이'는 근무와 관련된 은어로 승무원들이 싫어하는 것들.
`마루타'는 서울∼홍콩, 필리핀 마닐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처럼 당일치기로 갔다오는 노선을 타는 경우를 뜻한다. 다른 장거리 해외노선처럼 1∼2일 현지에서 쉬면서 관광을 즐길 여유조차 없다.
`뻥'은 서울에서 지방을 한번 다녀온 뒤 몇시간 쉬고 다시 내려가는 근무자를 말한다. 중간 대기 시간이 최고 8시간이 될때도 있어 승무원들 대부분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뻥뻥'은 한번 지방을 다녀와서 몇시간 쉬고 다시 갔다와서 대기했다가 또 가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다.
반면 `뺑뺑이'는 서울∼부산에서 부산∼제주 그리고 제주∼서울 식으로 하루에 잇따라 국내선 4∼5곳을 뛰는 것으로 `뻥'이나 `뻥뻥'보다는 좋아 이왕이면 `뺑뺑이'를 돌고싶어한다.
`적과의 동침' `기내식' `쌍칼' `쌍알' `비행소년, 소녀'도 승무원들 사이에 쓰이는 은어.
`적과의 동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서로 결혼할 때이고 `쌍칼'은 대한항공（ KAL）직원끼리, `쌍알'은 아시아나항공（AAR）직원끼리 결혼할 때를 뜻한다.
항공사 직원들이 애인이 생겼다고 하면 지겹도록 듣는 말이 `기내식이냐'는 질문이다. 같은 항공사 직원 또는 승무원을 `기내식'으로 표현한다. `비행소녀'는 여승무원, `비행소년'은 남자 승무원을 말한다.
아시아나항공 이민권 객실장은 "각 직업 특성에 맞게 은어가 생기듯 항공사도 근무조건과 환경 등에 연관된 은어들이 많다"며
"이들 은어는 같은 소속이라는 동류의식을 심어주는 한편 물론 코믹한 요소도 많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안겨주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