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나이들었다고 느낄때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나이가 들면 철이 든다고 한다.
철든다는 것이 철학, 심리학적으로는 맞는지 틀리는지는 몰라도 물리학적으로는 옳은 이론이 된다.
나이가 들면 몸이 무겁다고 하지 않은가. 철이 들어가는 데 몸이 무겁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지. 그 철(哲)은 그 철(鐵)이 아니라구? 아니면 말고！
암튼 나이가 들면 쇠붙이, 곧 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눈에는 철테 안경을 써야 하고 이에도 금을 씌워야 하며 귀에도 보청기를 끼워야 하며 뼈에도 철심을 박는 일이 있지 않은가.
자, 그런데 나이가 드는 것이 꼭 무거운 몸을 동반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주위에서 `노땅'어쩌고 해 오는 수가 있다.
하긴 어디 나이가 연락을 하고 오는가. 소리없이 닥치기 때문에 나이를 만나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이런 차이로 나이듦을 느끼시라.
자자의 `버스 안에서'는 안되더러도 박남정의 로봇춤을 따라했었다. 그런데 마카레나부터 수상하더니 더 이상 노래와 춤이 동시상영되지 않는다.
요즘 나훈아의 `무시로'를 틀어 놓고 자주 눈물을 흘린다면….
엊그제만 해도 청바지가 맞았다. 그런데 지금은 청바지가 몸에 끼워지지 않는다.
힙합바지인지 하는 건 몸에 맞을 듯 싶어 꿰어 봤는데 아, 똥배 때문에 그 옷마저도 들어가지 않을 때….
록카페의 출석부에 도장을 팍팍 찍었던 시절도 있었다.
어느날 부터 `아저씨(아줌마)는 못 들어 갑니다'란 말을 듣고 캬바레나 스텐드바로 발길을 돌린다. 이제 더 이상 무대에 나가기는 싫고 객석에 앉아서 뱀쇼, 불쇼, 어우동쇼들이나 보면서 맥주만 홀짝거리게 될 때….
여자후배들이 오빠라거나 형이라고 불러 줬는데 지금은 아무리 친해져도 `선배님'말고는 다른 호칭을 써 주지 않는다.
귓가에 들리는 `선배님∼'속에 `아저씨∼'라는 여운이 묻어 있는 듯 싶다. 스치는 바람에 얼굴 묻고 눈물 뚝뚝 흘릴 때….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의 단 한군데(?)만 빳빳했었다. 어느날 부터는 온몸이 빳빳해서 일어 나기가 힘들다.
일기예보를 듣지 않아도 몸이 오늘은 비가 온다는 것을 말해 주고 그 것이 영락없이 맞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