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의프로야구] LA타임스 기자 해고와 다저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4시 51분
요즘 LA 다저스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다.
2달 이상 계속된 타격 부진으로 잘 던지고도 패수만 쌓여가는 투수들의 불만이 터져 감독과 계속 다툼을 벌이지 않나, 선수들끼리 욕설을 퍼부으며 언쟁을 벌이는 등 팀 분위기가 최악이다.
여기에 LA지역 최대 신문인 ＬＡ 타임스의 다저스 취재기자 봅 나이팅게일이 해고를 당하면서 묘한 소문이 돌아 다저스를 다시 궁지로 몰고 있다.
평소 다저스의 팀내 좋지 않은 분위기나 흑인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편파적인 행정 등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 온 나이팅게일 기자가 다저스구단의 압력으로 해고됐다는 것이 소문의 전말.
작년 시즌 미국 야구기자협회장까지 지낸 나이팅게일은 ＬＡ 타임스의 경쟁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익명으로 기고했다는 표면상의 이유로 해고됐다.
그러나 나이팅게일은 그런 기고를 한 일도 없으며, 평소 다저스의 아픈 곳을 찔러댄 자신의 글을 싫어한 다저스구단이 신문사에 압력을 넣어 해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현재 부당해고를 이유로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직－간접으로 다저스 역시 소송에 연루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메이저 리그 사상 최초로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받으들여 인종의 벽을 허문 기수인 것으로 알려진 다저스는 사실 흑인 선수가 가장 없는 야구팀이다.
현재 후보에 에릭 앤소니가 있고, 지난주 마이너 리그에서 올라온 체드 폰빌까지 딱 두명의 흑인이 있을 뿐이며 주전은 하나도 없다.
이런 사실들을 계속 집어낸 나이팅게일 기자가 다저스 관계자들에게 좋게 보였을 리는 없다.
피터 오말리 구단주를 비롯한 점잖은 신사들이 이끄는 명문구단 다저스가 사실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 나이팅게일 기자의 주장이다.
성적 부진, 구단 매각, 기자 해고 압력설 등으로 요즘 다저스는 온통 상처 투성이의 비틀거리는 거인을 연상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