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내가 김봉영 입니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7일 대전에서 한화와 더블헤더를 치러야 하는 해태 코칭스태프는 걱정이 태산같았다.
당초 차례로 선발 예정이었던 조계현 김상진이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출전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조계현은 등에 담이 걸렸고, 김상진은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다.
고육지책으로 김응용감독은 1차전 강태원, 2차전 김봉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감독이 1승1패면 대성공으로 보는 것도 당연했다.
예상대로 1차전은 4대1로 완패.
해태 선수단내에서 "지금이 올시즌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단숨에 씻어내 버린 선수는 다름아닌 광주일고 출신의 고졸 6년생 무명투수 김봉영（24）이었다.
스스로 "팀내에서 가장 다양한 구질을 던진다"고 자부할 만큼 기교파 투수다.
직구최고시속은 139㎞, 하지만 주무기인 포크볼을 비롯해 커브 슬라이더 싱커 등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한화타선을 5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운 것도 완벽한 컨트롤이 뒷받침된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김봉영은 팀내에서 알아주는 `괴짜'.
올시즌 첫등판에서 입단 6년만에 첫승을 올린 소감이 "저좀 많이 키워 주십시오. 떨리지 않았냐구요? 천만에 말씀요.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다.
그동안 기껏해야 배팅볼이나 던져주는 것이 전부이면서도 덕아웃에서 가장 시끄러운 선수가 바로 김봉영이다.
김감독을 대하는 태도는 한편으로 보면 불손하기 짝이 없다.
하도 경기에 출전을 시켜주지 않자 얼마전엔 "감독님 저 한번만 올려 주세요. 그래서 못 던지면 다시는 투덜대지 않을게요"라며 아예 반 협박조다.
김감독은 김봉영이 데뷔 첫승을 거두자 "앞으론 덕아웃이 더 시끄러워질텐데 걱정"이라며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