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식여행 어때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4시 42분
윤형승씨（26）는 졸업후 몇군데 직장을 다니다 96년 4월부터 97년 3월까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를 다녀왔다.
주로 현지에서 번 돈으로 충당해 생활했는데 출국때 갖고 간 돈 400만원이 남아 귀국 직전에는 유럽여행까지 하고 돌아왔다.
윤씨는 "취업 재수를 하며 속앓이를 하는 시간에 차라리 어학연수를 받으면서 진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비행기를 탔다"며 "이국 땅에서 내 힘으로 번 돈으로 생활하고, 어학연수 받고, 여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안식여행'을 떠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호주나 캐나다로 가 돈을 벌면서 어학연수도 받고 여행도 하는 것이다.
300만∼500만원의 초기 정착비는 직장에서 모은 돈으로 충당하되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현지에서 번 돈으로 생활한다.
일반 서비스 직이 아닌 노동직이나 기술직 파트에서 일할 경우는 급료가 높은 편이라 초기 정착비를 남겨오는 이도 더러 있다.
호주의 경우 21∼25세의 젊은이는 물론 26∼30세의 젊은이들에게도 양국 문화교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1년 기한의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한호워킹홀리데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4월까지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아 호주로 떠난 2천여명의 젊은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이 가운데는 소설가, 사진가,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자유직 종사자도 일부 포함돼 있으나 대부분은 회사원, 은행원, 교사 등 비교적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젊은이들이다.
이들 중엔 남성 보다 여성이 월등히 많다.
남성의 경우 군복무로 인해 직장 경력 3년차만 돼도 만30세를 넘기기 일쑤인데다 재취업 부담도 여성에 비해 크게 느끼는 편이기 때문이다.
한호워킹홀리데이협회 정현태 소장은 "학생 발급자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많은 편이나 직장인 발급자는 여성이 앞선다"며 "여자 선배들이 승진에서 당하는 불이익을 지켜보며 더이상 비전이 없겠다고 판단, 직업도 바꿀 겸해서 안식여행차 호주로 떠나는 여성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