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홍명보의 소나기 같은 선행
기사입력 1997년 06월 05일 14시 35분
요즘 축구계에선 `흥부' 홍명보（28．포항）의 훈훈한 인정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오는 8일 일본프로축구 벨마레 히라츠카팀 진출을 앞두고 6일 구단측이 마련해준 환송연에서 후배들을 위해 5천만원의 장학기금을 쾌척했기 때문이다.
5천만원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액수다.
하지만 지난 92년 3천120만원의 연봉에서 시작, 20대의 청춘을 바쳐 올해 이룩한 최고 연봉 1억4천만원의 3분의1을 쾌척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장학사업을 일임받은 포항은 매년 이자 수익금만으로 축구꿈나무 10여명씩을 선정, 장학금 50만원씩을 지급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던 홍명보의 소망이 비로소 빛을 보게된 셈이다.
자신의 이익만 고집하는 각박한 요즘 세상.
그래서 선뜻 큰 돈을 쾌척한 `젊은 용기'가 오히려 부럽기만 하다.
또한 한보사태를 비롯한 각종 비리사건으로 흉흉하기만한 세상 인심이라 그의 선행은 갈증끝에 찾아든 소나기와 같은 여운을 남긴다.
94년 미국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자존심'으로 떠오른 홍명보는 이젠 두말할 나위없는 국내 최고의 스타다.
그러나 그 뒤에는 대스타답지 않은 겸손함과 선후배를 챙길줄 아는 넉넉한 마음씨가 그를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음을 이번 `홍명보 장학금'은 말해주고 있다.
흔히 프로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리가 철저히 지배하는 곳이라고 한다.
잘하면 무한정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력이 없거나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물론 스타 플레이어도 예외는 아니다.
홍명보라고 마음고생 없고 나이에 따른 위기감이 없을까. 더구나 이젠 경제적으로도 책임을 느껴야하는 한 가정의 가장인데….
그의 `큰 뜻'이 더욱 빛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