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남북 이산가족 축구인 이회택씨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5시 07분
한양대 이회택（李會澤．50．전 월드컵팀 감독） 축구부장은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들을때 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느낀다.
황해북도 어디엔가 살고계실 6·25때 헤어진 아버지 이용진씨（70） 때문이다.
그래서 이회택 감독은 북한 식량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아예 TV 채널을 돌리고 만다.
차라리 보지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감독은 지난 90년 남－북 통일축구대회때 북한측 도움으로 처음으로 평양에서 생면부지의 아버지를 뵙고는 지금까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이감독은 지난달 26일부터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북경에서 열린 남북적십자사 당국자간 쌀회담에서 `지정기탁제'가 수용되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제 아버님께 쌀을 보낼수 있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이튿날부터 대한적십자사와 통일원으로 전화 다이얼을 돌리고 관계부처를 찾아다니지만 어느곳에서도 시원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총론에는 합의를 했지만 각론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고, 그것이 실현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간간히 국제경기때 만나는 북한 축구인들로부터 "잘 계신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속속들이 사정을 알수는 없다.
최근엔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지난 90년 3박4일 동안 평양에서 아버님과 함께 있으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모셨지만 `사정이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좀더 많은 것을 해드렸을텐데…'하는 아쉬움 뿐이다.
"올해로 일흔이니 이제 얼마나 사시겠어요, 제가 보내드린 쌀로 식사나 한번 제대로 하시는 걸 확인한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겠습니까."
그라운드에선 기백이 넘치는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그도 혈육의 정앞에선 여느 이산가족과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