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용들의 전쟁 (4)
기사입력 1997년 06월 01일 15시 59분
킹콩의 추격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진작부터 킹콩과 공원의 혈투를 보고도 연못에서 싸우는 까닭에 말리지 못했던 패트롤카가 나섰기 때문이다.
피맛을 본 킹콩은 극도로 흥분했지만 패트롤카를 보고도 계속 추격할 만큼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아니 그만큼 순화가 된 셈이다.
한판 대결로 킹콩의 서열은 한꺼번에 3위로 뛰어올랐다.
공원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다.
킹콩의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끝난 셈이다.
사육사들은 그날밤부터 킹콩에게 항생제를 비롯한 약을 먹이며 공원과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에서 하루빨리 회복되도록 조치했다.
물론 아파트에 격리 수용됐다.
사파리에 나가면 맘모스나 곰보살과 전투를 벌여야 하고 그럴 경우 불리할 게 불을 보듯 훤했다.
아파트 격리라지만 예전에 날나리아 폭행사건으로 감금된 것과는 대우가 달랐다.
그때는 사고를 친 징벌 차원이었지만 지금은 왕권 쟁탈전에 출전하기 위해 몸보신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킹콩은 치료제를 먹으며 다른 곰들이 사파리에 나간 시간에 간이방사장에 나가 가벼운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야생동물에게 약을 먹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먹이를 줄 때 먹이 속에 수의사가 처방한 약을 넣어 던져주면 덥석 먹게 된다.
마치 쓴 약의 껍질에 달콤한 것을 바른 당의정과 같은 이치다.
사육사들이 킹콩의 치료를 서두른 것은 암곰의 발정기가 임박해 곧 왕위 쟁탈전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킹콩이 왕위 쟁탈전에 끼어들지 못한다면 93년 대권 다툼은 맘모스와 곰보살의 2파전이 돼 사파리의 긴박감이 반감될 게 뻔했다.
더구나 맘모스와 곰보살은 3년째 왕권을 놓고 싸운 사이인 데다 올해에는 맘모스의 승리가 예상됐다.
사파리 원년인 90년 왕위에 올랐던 맘모스는 91년 방심을 하다가 곰보살에게 잠깐 자리를 빼앗겼지만 92년 곧바로 왕권을 되찾아 93년 방어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킹콩은 사육사들의 정정스런 치료를 받은 데다 타고난 강골이어서 금방 상처에서 회복됐다.
킹콩은 공원과의 맞대결 3일만에 사파리에 나타났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