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띨띨이와 '됐네 바위'의 전설
기사입력 1997년 06월 01일 15시 59분
유독 우리나라에는 전설이 많다. 가히 전설왕국이라고 할만도 하다.
어떤 동네는 앞산 뒷산은 물론,심지어는 바윗돌 몇 개 놓아둔 징검다리에도 어김없이 애틋한 전설이 있었다.
전설이 많은 동네일수록 그럴 듯한 폼이 난다고 믿었을까. 이장님이나 누구 썰이 괜찮은 사람이 급조한 야그를 억지로 꿰어 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전설의 내용이 조잡했다.
떡장수 아주머니가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징검다리를 건너 가는데 꾀를 내서 돌에 참기름을 발라서 호랑이만 미끄러져 빠져 죽고 아줌마는 하늘나라로 가서 별이 되고…. 스토리가 이랬거든.
전설을 원하는 동네는 많고 전설 수는 한정돼 있고 그러다 보니 이 동네 저 동네 전설들이 서로 표절을 하는 수도 빈번한데 대표적인 것이 `달래고개 전설'이다.
그 내용인즉, 점잖은 집의 도련님과 아가씨가 고개를 넘는데 피 끓고 몸끓는 총각이 참다참다 못해 자신의 `남성'（뭔가 아시지?）을 꺼내 바윗돌 위에 놓고 주먹으로 내리치며 "옥련아씨！ 이 놈 때문에 내가 음심을 품었소이다. 에라이 나쁜 놈！"하자 규수 뜻밖에도 눈을 내리깔며
"…아이∼ 달래나 보시지잉！" 했다는 그렇고 그런 줄거리다.
그런데 이 전설은 좀 특이해 소개한다.
이 마을에는 `됐네 바위'가 있다.
이 바위 앞에서 소원을 말하면 뭐든지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할 것은 소원을 빌 때 꼭 과거형으로 말해야 하는 점이다.
하루는 띨띨군이 그 바위 앞으로 왔다.
"바위님 바위님, 나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러나 바위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자신의 몸도 변하지가 않았다.
띨띨군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배트맨이 되게 해 주세요！"
그러나 바위는 계속 잠잠….
띨띨군 고함을 치길 "와∼ 열 받네！（크게）내 몸이 후레시맨이 되거라！"
그러나 띨띨 몸에는 아무 변화도 일지 않았다.
띨띨군은 실망을 하고 바위 곁을 떠나면서 중얼댔다.
"에이, 18！ 오늘 완죤히 X됐네！！"
그 후 이 바위 곁에는 늘어진 X이 하나 놓여 있게 됐다.
이 여름에 모방송사에서 `전설의 고향'을 다시 방송할 거라는데 이 얘긴 하기가 뭐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