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또래'보다 '작장인'이 좋아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남성들의 `골든에이지'가 달라지고 있다.
미혼의 신세대 여성들 사이에 `귀하신 몸'으로 군림하던 20대 중반까지의 남성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반면, `한물 간 세대'로 통하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쉰세대' 직장남성들이 금싸라기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가장 큰 이유로는 장기화된 불황이 꼽힌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20대 중반까지의 혈기왕성한 남성들이 질풍노도의 패기와 젊음을 앞세워 신세대 여성들에게 어필했지만, 요즘에 이같은 모습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다.
불경기와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이들 연령대의 남성보다는 안정감과 원숙미가 돋보이는 쉰세대 직장인 남성들을 찾는 신세대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
이같은 현상은 서울 명동, 압구정동, 홍대앞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퇴근시간이면 말쑥한 정장차림에 제법 나이들어보이는 남성과 캐주얼한 옷차림에 배낭을 둘러맨 신세대 여성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
D대 2년생 박정연양(21)은 "얼마전 아는 언니의 소개로 30세 회사원과 미팅을 가졌다"며 "막상 만나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말도 잘 통했고, 풍부한 사회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식견과 도움말도 들을 수 있어 앞으로 계속 사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불황의 장기화 등으로 불투명한 앞날에 대해 불안한 심리를 갖고 있는 여대생 등 신세대 여성들에게 사회적, 경제적인 기반이 어느 정도 잡히고, 또 노련하게 자신을 리드해줄 수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들은 매력적인 로맨스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누이좋고 매부좋기는 `쉰세대' 남성들도 마찬가지.
파릇파릇한 신세대 여성들과의 교제를 통해 잠시나마 판에 박힌 직장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
광고회사 대리인 이장엽씨(32)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마다 소개팅에서 만난 여대생과 데이트를 한다"며 "함께 노래방에서 최신곡을 부르고 요즘 뜬다는 신세대 카페에서 술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회춘'하는 느낌이 들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샘솟는다"고 자랑했다.
이러다보니 사귀던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나이많은 회사원 등을 찾아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학생 최형석군(24)은 "요즘 친구들사이에서 `여자친구는 잘 있느냐'는 게 인사가 되다시피 했다"며 "가뜩이나 취직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여자친구마저 언제 곁을 떠날지 몰라 전전긍긍해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