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희생양] 무모한 다이어트-성형수술로 피해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15시 20분
모델 생활 3년째인 윤모양（23）은 몸매 관리에 철저하다.
1m75, 40㎏의 몸매는 오이 한 조각의 칼로리까지도 외우며 음식을 가려 먹은 결정체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생겼다.
소식하던 식성이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으로 발전했기 때문.
결국 Y양은 모델 생활을 중단하고 정신과를 찾는 신세가 됐다.
최근 젊은 여성들 중에 `패션 빅팀（Fashion Victim·유행의 희생양）'이 급속히 늘고 있다.
모델업계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패션 빅팀'이란 신조어는 날씬한 몸매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다이어트, 성형수술을 일삼은 끝에 결국 정신적, 신체적으로 비정상인이 돼 버린 모델 지망생들을 일컫는 말.
하지만 요즘에는 모델, 연예인 지망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젊은 여성들까지 `유행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동안 주춤했던 성형수술이 여름을 앞둔 요즘 이승희 신드롬과 맞물려 지난해에 비해 50∼60％ 정도 증가, 유행의 희생양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행의 희생양은 성형수술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유방확대수술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수입허가를 받지 않은 실리콘백을 삽입, 실리콘백이 터져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도 있을 정도로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
멋진 몸매를 연출하려고 갈비뼈나 턱뼈를 깎아내거나 종아리 근육을 도려내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의 K성형외과에 따르면 "갈비뼈가 튀어나와 보여 배꼽티를 입을 수 없으니 잘라 달라는 여성도 있었다"며 "하지만 생뼈를 도려내면 신체 불균형을 초래, 운동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만류했다"고 말했다.
다리를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종아리 근육 한겹을 잘라내는 여성들의 경우 평상시 다리 근력의 30％ 정도가 줄어 조깅이나 간단한 스포츠를 즐길 수 없는 것은 물론, 걸음을 걷는데도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모델 노모양（26）은 "턱뼈 수술을 한 동료들은 대부분 언어장애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에 3가지 이상의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 성형의료계의 통례이지만 성격이 급한 여성들은 한번에 5∼6가지 수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병균에 감염될 기회가 많아 위험한 것은 물론,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 회복이 늦거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김정헌 성형외과 원장（43）은 "유행에 맞는 외모를 위해 무모하게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을 하는 여성들 중에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