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근] '골 기근'
기사입력 1997년 05월 21일 14시 35분
`꼬인다, 꼬여.'
`돌아온 골잡이' 이기근（李基根．33．삼성）이 `잔인한 봄'을 곱씹고 있다.
지독히도 굳세게 잠긴 골의 물꼬가 좀처럼 터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주전자리에서도 밀려나 어렵게 다시 시작한 선수생활이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 느낌이다.
올시즌 대표선수들이 월드컵 예선으로 자주 팀을 비우는 틈을 타 은근히 득점왕을 노렸던 이기근은 지난 4월 아디다스컵서 2골을 넣은 이후 7게임째 침묵하고 있다.
이러다간 득점왕은 커녕 작년 성적（12골－6어시스트）의 절반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주득점원인 그가 침묵하다 보니 지난해 그토록 화려했던 팀의 공격력도 덩달아 바닥을 기고 있다.
정규리그 4게임에서 평균 0.75골.
파트너인 박건하（26）가 대표팀에 빠져나가면 제 세상이 될줄 알았으나 웬걸, 이번엔 고향을 향해 `보따리'를 싸고 있던 유리（30．러시아）가 자리를 차고 들어왔다.
졸지에 후보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게다가 김감독은 "스트라이커가 없어 큰 일"이라며 시즌중에 선수물색차 외국행을 감행하는 고육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전성기 시절 두차례나 득점왕（88,91년）을 했던 그의 자존심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다.
"이상하게 게임이 안 풀립니다. 마음만 앞서고 몸은 따라주지 않고…."
실제로 문전 앞에서 이기근은 너무 서두른다.
골욕심이 앞선 탓이기도 하겠지만 마치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인상이다.
1게임에 200만원의 성과급이 걸린 그 특유의 보수체계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프로선수들의 슬럼프.
이기근에게 봄은 다시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