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조-요시요] 무너진 '日유도형제' 자존심
기사입력 1997년 05월 18일 15시 05분
"형 미안해.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겐조）
"괜찮아. 고생했다. 다음 기회가 또 있잖아."（요시오）
남자유도 71㎏급 결승이 벌어진 17일 동아대 체육관.
`일본 유도의 자존심' 나카무라 3형제의 막내인 겐조（24）가 홈매트의 곽대성（빙그레）과 금메달을 다투게 됐다.
경기에 앞서 맏형 요시오（27）는 겐조의 몸을 풀어주기 위해 정성껏 마사지했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어 5분간의 열전에 들어가 겐조와 곽대성은 기술에 의한 득점없이 서로 경고만을 주고받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경기 내내 요시오는 관중석에서 양손을 입가에 모으고 찌렁찌렁한 목소리로 독전했다.
형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겐조는 우세한 공격을 펼친 곽대성에 0대3 판정패로 무릎을 꿇었다.
허탈한 표정을 감춘채 요시오는 고개를 떨군 막내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요시오 역시 지난 15일 벌어진 95㎏급 결승서 김민수（한국마사회）에게 패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주인공.
형을 대신해 기필코 금메달을 따내려고 더욱 힘을 낸 겐조는 뜻을 이루지 못한 쓰라린 심정이 역력해 보였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 가운데 유일한 형제로 내심 동반 금메달까지 노렸지만 결국 모두 한국의 벽에 막혀 은메달에 그치는 같은 운명을 걸은 셈.
`나카무라가（家）'의 장남 요시오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둘째 아들 유키마사（25）는 93세계대회 86㎏급과 65㎏급에서 나란히 정상에 오르며 `형제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해 3형제가 함께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해 겐조가 금메달, 유키미사가 은메달을 따냈고 요시오는 7위에 그쳤다.
나카무라 형제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이들의 고향인 후쿠오카는 일본 유도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잡았다.
요시오와 겐조는 오는 10월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 나란히 출전한다.
이들은 "동반우승의 꿈은 깨졌지만 세계대회에서는 기필코 함께 금메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새로운 의욕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