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 (8)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26분
킹콩이 치근덕거리자 날나리아는 바람기 많은 암곰답게 가만히 있었다.
자신의 추근거림에 별다른 저항이 없자 킹콩은 후끈 달아올랐다.
며칠 동안 텅빈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던 쓸쓸함은 물론,괴물같은 패트롤카에 대한 공포감까지 모두 잊었다.
`역시 중앙무대가 좋구나.'
전주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예쁜 암곰들이 수두룩한 데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예쁜 곰을 품에 안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의 극치였다.
킹콩은 혀를 날름거리며 날나리아의 둔부를 건드렸다.
바로 그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날나리아가 킹콩의 얼굴을 사정없이 할퀸 것이다.
뜻밖의 반격으로 불타오르던 욕정이 싸늘하게 식은 킹콩은 화를 벌컥 내며 날나리아의 얼굴을 냅다 갈겼다.
아무리 예쁜 암곰이지만 가질 수 없다면 적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또 이번 기회에 자신의 힘을 과시해야만 나중에 자신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날나리아 주변에서 놀던 다른 암곰들과 패트롤카에 있던 사육사들까지 깜짝 놀랐다.
곰들의 사회에서는 암곰이 수곰에게 앙탈을 부리는 일은 있어도 수곰이 암곰을 때리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데 덩치가 남산만한 수곰이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상식을 깨뜨린 것이다.
일단 주먹을 휘두른 킹콩은 폭주 기관차처럼 날나리아를 공격했다.
첫 펀치에 쓰러진 날나리아를 덮친 킹콩은 어깻죽지를 물기 시작했다.
날나리아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지만 몸무게가 거의 2배나 되는 킹콩을 떨쳐낼 수 없었다.
킹콩의 습격에 놀라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던 패트롤카는 뒤늦게 출동했다.
패트롤카는 킹콩의 바로 뒤에서 엔진소리로 겁을 주었으나 이미 흥분한 킹콩은 소리를 듣지 못한 듯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애당초 무력으로는 킹콩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날나리아로서는 자칫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기였다.
날나리아를 구해야하는 패트롤카로서는 그대로 돌진해 킹콩을 들이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