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제의 인물] 스모선수처럼 '뒤뚱' 파워는 '킹'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쟤, 스모선수 아냐."
남자농구 한국과 일본의 예선 경기가 벌어진 12일 부산 구덕체육관.
10여점차로 한국이 앞서던 전반 10분쯤, 육중한 일본 선수가 뒤뚱거리며 코트에 들어섰다.
체구로는 영락없는 스모（일본씨름）선수였고 뛴다기 보다는 뒤뚱거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그의 모습은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체중이 무려 140㎏인 이 선수는 세키구치 사토시（26．2m5）.
이번 부산 동아시아대회 출전선수중 최장신인 팀동료 야마사키 아키후미（2m16）와 최중량 선수가 더블포스트를 형성하자 `꺼꾸리와 장다리'를 그대로 연상시켰다.
하지만 우악스런 그의 힘은 국내 최고의 파워플레이어라는 현주엽이 추풍낙엽처럼 여지없이 나가떨어질 정도였다.
또 강동희가 세키구치의 스크린에 걸린 모습은 마치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격.
이날 세키구치는 기용시간이 많지않아 기록은 2득점과 2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일단 골밑에 버티고 있으면 화려한 돌파를 자랑하던 한국선수들도 성벽같은 그의 엄청난 몸집에 꼬리를 내렸다.
중1때, 동급생에 비해 월등히 큰 키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다는 세키구치는 현재 일본세미프로리그（JBL） 오히라팀의 주전센터.
대학 졸업반 시절인 지난 94년에 일본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그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95년 후쿠오카 유니버시아드때도 일장기를 가슴에 달았다.
현역 일본농구선수 중 최중량선수인 세키구치는 "고교때만해도 한국의 현주엽처럼 파워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였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도쿄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인지 대학시절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났고 좀체로 저울추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국선수 중 문경은과 서장훈의 플레이가 돋보였다"는 세키구치 또한 몸집이 큰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낙천적인 성격.
그는 "일본이 이번 대회서도 한국을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