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김응용감독 '나도 이제 늙었나봐'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14시 26분


◇…부정방망이 시비로 시끄러운 한 주였습니다.
일본 미즈노사가 문제의 미제 방망이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판정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급한 불을 껐지요.
그러나 KBO는 독선적이고 무사안일한 일처리, 피고소인 삼성과 고소인 LG는 불신 풍조를 만연시킨 당사자로서 오점을 남겼습니다.

◇…삼성은 일단 `무혐의' 판정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만큼 그룹 최고위층에서도 유심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답니다.
백인천감독의 `결백'을 믿으면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혹시 문제점이 없는지 수차례 확인할 정도였지요. 삼성의 모 구단관계자는 "84년 져주기 사건이후 최대의 위기였다"는 말로 그동안의 마음 걱정을 표현하더군요.

◇…LG 서용빈이 이번 주부터 고글패션을 다시 선보입니다.
지난해 색안경을 쓰고 나와 맵시를 뽐내더니 이번엔 45만원짜리 고글을 주문해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요.
모델 뺨치는 패션감각으로 이름난 서용빈은 "안보여도 3할을 때렸는데 눈까지 잘 보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농담으로 주위를 웃기더군요.

◇…OB 정수근이 올해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현대 2군에서 뛰고 있는 동생 정수성에게 모처럼 형 노릇을 했습니다.
지난 6일 현대전을 위해 인천에 내려갔을 때 형을 찾아온 정수성이 "용돈이 부족하다"며 능청을 떨자 때마침 가진 돈이 없던 정수근은 구단직원에게 급히 빌린 5만원과 방망이 2자루를 동생 손에 쥐어줬지요.
그리고 "야구 열심히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 의젓함까지 보였습니다.

◇…롯데 공필성이 동료들에게 "닭쫓던 개 신세가 뭔지 아느냐"고 투덜대고 있습니다.
목 근육통으로 지난달 23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던 공필성은 지난 9일 "1군에 합류하라"는 통보를 받고 너무 기뻤답니다.
그래서 구리구장에서 LG와의 2군경기를 끝낸 뒤 3만5천원에 택시를 대절해 인천구장까지 논스톱으로 달렸지만 공교롭게 경기가 2시간19분만에 끝나 오후 9시쯤 선수들은 이미 철수했답니다.
헛품만 판 공필성의 허탈감은 `두배'였답니다.

◇…평소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해태 김응용감독이 지난 6일 삼성전 패배가 임창용을 무리하게 투입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시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2_6으로 역전패한 김감독은 전날（5일） 60개를 던진 임창용을 투입하는 것이 꺼림칙해 유남호－이상윤 투수코치, 포수 최해식에게 의견을 물어봤는데 모두 "교체 타이밍"이라고 말해 그대로 따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감독은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예전같으면 내 판단대로 했을텐데 아무래도 많이 늙은 모양"이라며 머리를 쓸어내리더군요.

◇…변칙적인 투수 기용으로 소문난 쌍방울 김성근감독이 지난 9일 잠실 OB전에서 왼손 김영수가 선발로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감독은 10일 동안 마운드에 서지 않은 오른손 강병규가 엔트리에 올라오자 당연히 선발로 예상, 1∼3번까지 왼손타자를 내세웠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강병규는 전날 2군경기에 등판했었고 벤치에는 잠깐 얼굴만 비췄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뒤통수 맞았다"며 씁쓸해 하더군요.

◇…주니치엔 선동열 말고도 1군에 우익수 알론조 파웰（33）과 3루수 레오 고메스（30） 등 2명의 외국인 타자가 있습니다.
작년까지 외국인 최초로 3년연속 리그 타격왕을 거머줬던 파웰은 지난 92년부터 주니치에서 뛴 베테랑이고,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커브스에서 옮겨온 고메스는 첫해입니다.
그런데 고메스의 친구는 요즘 선동열의 연속세이브 행진으로 생활에 활력을 되찾은 최인호 매니저랍니다.
고메스와 최매니저가 서로 장난을 칠 때면 이름 대신 "코리안 마피아", "푸에르토리칸 닌자"란 별명을 부르지요.
최매니저를 발견한 고메스가 먼저 일본 닌자를 흉내내 입에 피리를 물고 "쉭, 쉭！"하고 독침을 부는 시늉을 하면 최매니저가 "드르륵, 따따따따"라고 기관총을 쏘아 댑니다.
그러면 고메스는 "윽"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진답니다.
이들을 보고 선동열을 비롯한 주니치 선수들은 배꼽을 잡고 웃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