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들] '청첩확인식'는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10일 15시 31분
"결혼도 세일즈다."
끝모를 불황이 계속되면서 `수입은 많이, 지출은 적게'라는 철저한 경제논리를 앞세운 결혼풍속도가 확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늘고 있는 신종 `청첩확인식'.
예비 부부들이 결혼 4∼5일 정도를 앞두고 직장동료나 친구들을 불러모아 가벼운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을 말한다.
겉으로의 명분은 예비 신랑, 신부와 친지들이 미리 얼굴을 익힐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지만, 알고보면 청첩장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축의금 내는 것을 재차 상기시키기 위한 모임이란 것.
얼마전 `청첩확인식'을 갖고 결혼식을 올렸다는 회사원 박현식씨(32)는 "청첩확인식에 참석했던 친구들이 결혼식장에 빠짐없이 모습을 보였다"며 "청첩확인식때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축의금 수익이 꽤 짭짤했다"고 털어놓았다.
단, 청첩확인식에는 철칙이 있다.
삽겹살에 소주 정도는 내더라도, 결코 2차를 간다거나 비싼 술은 시키지 않는다는 게 그것.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청첩확인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
단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몸부림은 결혼식 당일이라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직장의 대강당이나 국제회의실 등이 결혼식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삼성, 대우 등 각 그룹이 사원들의 경제적인 결혼을 위해 설치한 `결혼도움방'에는 부대비용이 일반예식장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한 사내결혼식을 희망하는 이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삼성그룹 결혼도움방의 서애경씨는 "5곳의 사내 강당이나 대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빌려주고 있지만, 워낙 신청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추첨을 하고 있다"며 "그나마 올연말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결혼철을 맞아 호프집도 때아닌 호황이다.
과거에는 최하 100만원 이상은 들어가는 호텔나이트클럽 등에서 신랑신부의 친구들과 결혼피로연을 갖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불경기의 여파를 반영하듯 호프집을 피로연 장소로 이용하는 커플이 크게 늘고 있다.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많이 보내는 서울 하얏트호텔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익상씨(42)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결혼피로연 예약이 밀려든다"며 "손님이 적어 파리 날리던 지난해 이맘때와는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새내기 부부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작전'은 이 뿐만 아니다.
요란하게 꾸미기 경쟁이 붙었던 신혼부부용 차량의 장식도 최근들어 눈에 띄게 검소해지고 있다는 게 예식장관계자들의 말이다.
15만~20만원까지 들어가는 꽃과 리본 등의 차량장식비용을 줄이고 대신 풍선 몇개로 `방금 결혼했음'을 알리는 알뜰파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