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규] 녹슬지 않은 방망이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영원한 3할타자라는 의미로 핸드폰 번호를 `0300'으로 바꾼 사나이.
현대 타선의 최고참 윤덕규（34）가 다시 앞줄로 나서고 있다.
윤덕규는 최근 잃었던 `일자리'를 되찾았다.
신인 최만호가 외야에 들어오는 바람에 이숭용이 자신의 자리였던 지명타자를 꿰차면서 한때 `박수부대'로 전락했었다.
91∼94년 4년 연속 3할을 비롯해 통산 6차례나 3할을 기록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최만호가 부진하자 이숭용이 외야로 복귀하고 자연스럽게 지명타자에 복귀하면서 녹슬지 않은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선발 지명타자로 나선 5게임에서 윤덕규의 성적은 눈부시다.
18타수 7안타로 타율 3할8푼9리에 6타점.
이 가운데 홈런과 2루타가 각각 2개다.
지난 8일 OB와의 인천 더블헤더에서도 윤덕규의 방망이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2번으로 출전한 1차전 1회말 중전안타로 나가 박재홍의 홈런때 선취득점을 올렸다.
7회 1사 만루에서는 2루를 스치는 중전적시타로 2타점.
6번으로 자리를 옮긴 2차전 2회말 무사 1루에서는 우중간을 칼로 베듯 가르는 2루타로 결승타를 쳐냈다.
2게임에서 8타수 4안타에 3타점.
칼만 쥐어주면 무슨 재료로든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노련한 요리사처럼 윤덕규는 아직도 팀에 공헌할 능력이 충분함을 온몸으로 시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