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노장은 살아있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08일 14시 57분
NBA（미국프로농구）를 얼핏보면 어린 선수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학을 중퇴하거나 심지어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NBA에 뛰어들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거액을 벌면서 스타로 발돋움하는 선수들이 상당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NBA를 이끌고 가는 것은 역시 노장들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시카고 불스나 유타 재즈, 휴스턴 로키츠, 시애틀 슈퍼소닉스 등 NBA 4강으로 꼽히는 팀들은 평균연령이 `고령' 10위 안에 들어간다.
현재 NBA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27세 9개월로 역대 최고령이다.
잇따라 신생팀들이 창단되면서 팀도 29개나 되고, 각 구단은 경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노장들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
게임에 대한 이해와 약점을 보완하는 능력은 경험을 쌓을수록 발전할 수 밖에 없다.
36세의 데니스 로드먼（시카고 불스）, 31세의 디켐베 무톰보（애틀랜타 호크스）가 96∼97시즌 정규리그서 리바운드 1,2위를 차지한 것도 이러한 사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무톰보는 `올해의 수비선수상'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위치선정의 기술과 공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에 대한 예측등에서 그들은 젊은 선수들을 압도한다.
휴스턴 로키츠의 후보 센터 찰스 존스（41）는 "베테랑들은 어린 선수들의 머릿속을 꿰뚫고 있다. 초반부터 강력한 몸싸움으로 루키들의 전의를 상실케 하는 방법도 베테랑만이 터득하고 있는 묘수"라고 말한다.
노장들은 또한 어떻게 하면 체력을 안배하고 필요할 때 힘을 쏟아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수 있는가에 대한 `노하우'도 갖고 있다.
노장들이 감독들에게 총애를 받는 또다른 이유는 무엇보다 성실한 운동자세로 어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점이다.
뉴욕 닉스의 밴 건디 감독은 "노장들은 긴 시즌 동안 하루하루를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잘 알고 있으며, 항상 꾸준한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NBA 14년째를 맞은 댈러스 매버릭스의 가드 데릭 하퍼（36）는 "젊고 재능이 있는 것도 좋지만 승부처에서는 경기경험이 많은 노장들이 결정타를 날리게 마련"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노장들에게 크게 의존하는 팀들은 ▲당장 우승을 기대하는 경우 ▲신예들의 발전을 노장에 기대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35세의 찰스 바클리나 34세의 케빈 윌리스를 영입한 로키츠의 경우는 전자에, 얼 큐레턴（40）이나 존 롱（42）을 스카우트한 토론토 랩터스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이에 따라 10년전만 해도 NBA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던 30대 선수들이 이제는 거의 일반화되고 있다.
가장 치열한 스포츠인 프로농구에서 최고령 5위까지의 선수가 모두 40대일 정도로 NBA에서 노장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