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선-이인애] 아이들에 꿈 주며 보람 느껴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01일 15시 36분
하루 4시간씩 길거리에서 '사우나'를 하는 아가씨들이 있다.
과천 서울랜드의 캐릭터 단원 정면선(21), 이인애양(20).
이들은 낮기온이 27-28도를 오르내리는 요즘하루 4시간씩 오리털 점퍼보다 두꺼운 털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기구한 직업을 갖고 있다.
거북이 남매를 의인화한 동물 캐릭터 '아롱이' '다롱이' 인형을 뒤집어 쓰고 다니면서 꼬마들과 사진도 찍고 춤도 추는 일이다.
2kg짜리 털옷을 온 몸에 휘감고 다니다 보면 체감온도가 40도까지 치솟는다고.
탈을 벗으면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른다.
휴식시간이면 어김없이 샤워실로 달려간다.
하루 샤워횟수는 하루 4번.
봄 가을에도 찬물로 몸을 식혀주지 않으면 열사병에 걸리 정도란다.
'아롱이 다롱이'는 지나 88넌 4월 서울랜드가 처음 문을 열면서 탄생한 국내 최초의 동물 캐릭터로 30여개의 캐릭터 중에서 서울랜드가 가장 애지중지 하고 있는 인형이다.
지난 9년간 이 인형을 쓴 사람들은 모두 10명.
평균 1년에 1명씩 교체된 셈이다.
수명이 짧은 것은 대부분 더위와의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서울랜드 단원 중 최고참이라는 정명선양도 지난 95년 제5대 '다롱이'로 선정돼 이제 겨우 횃수로 3년재 경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5-8월까지 4개월 동안은 길거리에서 큰 대자로 뻗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러나 이들은 잡시도 쉴 틈이 없다. 꼬마들이 평균 30초마다 한번씩 같이 사진 찍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아롱이' 이인애양은 더위도 더위지만 500g이 넘는 탈을 쓴 채 하루 종일 머리를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목디스크가 가장 두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캐릭터 단원들의 철칙인 '인내'와'침묵'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더위도 캐릭터의 신비감을 위해 손님 앞에서는 절대로 탈을 벗어서는 안되며 아무리 아파도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는 것.
"술에 취한 손님들이 이유없이 주먹질을 할 때는 소리도 못내고 탈 속에서 눈물을 터뜨릴때도 많아요."
이들은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삼는 수많은 꼬마들을 바라보면서 온갖 시름을 잊는다.
지난 2년간 꼬마들과 사진찍은 횟수는 무려 10만번.
대표적인 3D업종응로 꼽혀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이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기록이다.
"해맑은 미소로 매달리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면서 소명의식 같은 걸 느낍니다. 우리가 힘들다고 이 일을 포기하면 누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