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승부는 끝났다고요?... NO'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코트가 태평양 만큼이나 넓어보인다. 림이 바늘구멍 만큼 좁기만 하다.
요즘처럼 40분이 길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예까지 와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제는 반격이다.
`사랑의 3점슈터' 정인교（27．나래）가 뒤집기 한판을 노리고 있다.
1승3패. 모두 승부는 끝났다고들 하지만 정인교는 단호히 "노（No）"라고 답한다.
"우리팀의 컬러는 헝그리정신입니다.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텁니다."
우선 나래에 시급한 것은 체력.
플레이오프에서 11경기를 치르며 대우와 SBS라는 `준령（峻嶺）'을 넘은 나래는 챔피언 결정 2, 3차전부터 체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벌어진 4차전 막판엔 몇몇 선수들의 경우 백코트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파김치'가 됐다.
용병 제이슨 윌리포드와 칼레이 해리스도 극도의 피로로 인해 매경기 범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산업은행_한국은행 시절의 설움을 딛고 오기로 똘똘뭉쳐 원년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온 국내선수들의 눈빛은 위기에 몰리자 더 날카로워 졌다.
특히 4차전에서 3점슛 8개를 포함, 32득점을 터뜨린 정인교가 그 선봉에 나설 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체력은 정신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2, 3차전에서 기아 김영만의 족쇄에 걸려 부진했던 정인교는 4차전에서 동료들의 스크린플레이와 슛찬스 제공으로 슛감각을 되찾았다.
또 4차전을 마치고 가진 하루의 휴식에서 바닥을 드러냈던 체력도 어느정도 회복한 상태.
"5차전을 잡을 경우 대세가 우리쪽으로 기울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코트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할 생각입니다."
정인교의 눈빛이 평소의 온화함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