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화장품도 신토불이
기사입력 1997년 04월 28일 15시 23분
국내 화장품 메이커들이 한목소리로 `신토불이！'를 외치고 나섰다.
태평양과 LG화학, 한국화장품, 나드리, 쥬리아 등 국산화장품 생산업체 모임인 대한화장품공업협회는 최근 `홍보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국내외에 국산 화장품의 우수성 홍보에 나섰다.
그동안 엄청난 모델료를 지불하며 외국인 모델을 동원하는 등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려 왔던 화장품업계가 `나보다 우리'를 외치고 나선 것은 외제 화장품의 국내시장 잠식이 위험 수위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외제 화장품 수입액은 해마다 늘어 94년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한 뒤 95년 1억8천만달러를 거쳐 지난해에는 2억8천만달러(약 2천52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입액은 수입원가일 뿐이다.
통상 소비자 판매가가 수입원가의 5∼8배, 심하면 10배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1조2천억원이상이 국내시장에 뿌려진 셈이다.
외제 화장품의 국내 시장 잠식은 더욱 늘어나 이제 시내 주요 백화점은 완전히 점령했고,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국내업계는 연쇄도산이 우려될 만큼 위험수위에 이른 셈이다.
국내업계가 국산 화장품 홍보를 위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도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망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
홍보위원회는 국산품 애용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할 단계가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고 우선 `한국인 피부에는 국산 화장품이 알맞다'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최근 펴낸 자료에서 한국인은 피부가 얇고 유수분이 적으며 자극에 매우 민감해 서양인의 두꺼운 피부를 위해 만든 외제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염 등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김덕록 홍보위원장(나드리화장품 사장)은 "우선 각 화장품회사에서 발간하는 매월 450만부의 잡지에 국산품의 우수성을 담은 기사를 최소한 한 페이지 이상씩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위원장은 또 "공신력 있는 저명한 학자를 통해 국산 화장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내 방어라는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난 27일 끝난 이탈리아 볼로냐의 화장품박람회에 처음으로 국내 메이커가 공동으로 전시코너를 운영하기도 했다.
외제 선호도가 어느 상품보다 높은 화장품 시장에서 국내업자들이 외치는 신토불이 구호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