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실씨] 47년만에 감격의 부녀 상봉
기사입력 1997년 04월 28일 15시 23분
"꿈에서 그렸던 모습 그대로세요."
지난해 10월 일가족 등 17명을 이끌고 북한을 탈출한 김경호씨(63)의 부인 최현실씨(58)가 지난 26일 탈북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아버지 최영도씨(80)와 47년만에 상봉했다.
이날 오후 미국 뉴욕에서 남몰래 귀국한 최씨가 관계당국이 마련해준 김씨의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사선을 넘어온 장녀 현실씨를 반세기만에 만나게 된 것.
팔순의 아버지는 딸 현실씨를 보자마자 자신의 머리카락이 담긴 봉투를 꺼내보이며 "심장수술을 받기전 너를 못만나고 죽을까봐 남겨놓은 것"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최씨는 그동안 2차례 심장질환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딸 가족의 탈북과 귀순을 직접 돕지 못한 채 막후에서 부인 최정순씨(77)와 며느리를 통해 도울수 밖에 없었다고.
특히 딸 가족의 귀순성공 이후 "당신 때문에 우리 가족의 탈출길이 막막해졌다"는 미국 교포사회의 원망과 "딸의 탈북을 왜 도왔느냐"는 북한측의 협박에 시달려 귀국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
현실씨의 소개로 손자－손녀의 절을 받은 최씨는 난생 처음 맞대면한 사위 김씨의 건강상태를 물으며 쾌차를 빌기도.
최씨는 6．25때 1남6녀를 모두 데리고 월남했으나 "큰딸 만큼은 우리가 데리고 있겠다"는 현실씨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장녀만 북한에 남겨뒀었다.
그는 92년부터 북한을 왕래하는 인사에게 부탁, 현실씨의 근황과 북한주소를 알아낸 뒤 수십차례 편지로 연락하며 돈을 보내고 부인과 며느리를 중국에 보내 김씨 일가족의 북한 탈출을 돕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