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권갑용 6단 ●윤현석 4단 ♣
기사입력 1997년 04월 27일 15시 00분
제3보(34∼50)＝현대처럼 바둑에 관한 수들이 속속들이 연구되고 테크닉이 고도화될수록 초반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초반의 한수 한수가 곧 그 판의 승부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 이다. 일례로 전 판인 김일환 8단 대 황원준 8단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백 34는 생략할 수 없다. 축이 안되므로 당장 `가'로 끊기면 백은 속수무책. 그러나 백 34로 지켜도 `나'의 어깨짚음이 눈에 들어와 백 모양은 아직 한수 더 들여야하는 부담감이 있다.
흑 35가 빛나는 지킴. 흑이 포석에서 앞서 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백 36도 성급한 갈라침.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에 `다'로 우변을 보강한 뒤 상변과 우상귀 침입을 엿보는 유연함이 요구되는 장면이다.
흑 37도 윤 4단의 기재를 엿볼 수 있는 감각. `라'로 평범하게 공격하는 것은 백 `마'의 반격을 받는다. 백 38∼흑 45까지 흑의 돌 하나 하나가 모두 제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흑 47이 무심의 한수. 모양상 이렇게 호구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곳이나 백 48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다음 흑 49 보강이 불가피할 때 백 50으로 뚫리니 지금까지 지켜왔던 흑의 우세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장면이다.
흑 47은 흑 1에 이을 자리. 그러면 백 2 때 흑 3으로 막을 수가 있다. 백 4 이하 끊어와도 15까지 백 무리가 역력. 백 1도 흑 6까지 백이 한수 부족.
46＝39의 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