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철] 구원 실패해도 연봉고과표엔'V'
기사입력 1997년 04월 26일 15시 17분
요즘 롯데 관계자들은 열이면 열 박지철（22）이 에이스라고 말한다.
25일 현재 방어율 1.62（16⅔이닝 3자책）로 7위, 탈삼진은 4위（19개）.
선발, 중간, 마무리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운드에 올라 겁없이 던진다.
그가 등판한 5경기서 팀은 2승3패 했지만, 투구내용은 어느 팀 에이스 못지 않다.
구단은 그가 선발로 나간 지난 17일 현대전서 6⅓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하고도 구원실패로 승리을 놓치자 연봉고과표에 특별히 `승리'로 인정하기도 했다.
박지철의 돋보이는 피칭은 꼴찌에서 허덕이는 선수단에 큰 자극제다.
94년 입단했지만 계약금 한푼 못 받은 훈련생이라 더욱 그렇다.
게다가 동래고 2학년때까지는 투수가 아닌 3루수였다.
롯데가 그를 받아준 것은 순전히 싱싱한 어깨 하나 때문이었다.
작년에도 1승9패 2세이브에 그친 무명선수였지만 올시즌엔 급성장했다.
첫해 최고시속 136㎞에 머물던 직구가 143㎞에 이르고 커브 슬라이더가 위력적이다.
가족들은 한번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는 고집스런 성격이 성장 비결이라고 밝힌다.
초등학교땐 여학생의 도시락을 훔쳐먹다 걸려 벌을 받았는데 벌준 교사가 깜박 잊는 바람에 1시간이나 꼼짝하지 않고 `엎드려 뻗쳐'를 하다 일사병에 걸린 적도 있었다고.
김용희 감독은 25일 OB전서도 박지철이 8회 1사 1,2루에서 구원등판해 2타자를 깨끗이 삼진처리하자 경기 뒤 "내 박지철 때문에 산다"며 패배를 스스로 위로했다.
롯데팬들도 `무명씨' 박지철의 호투가 팀상승세의 디딤돌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